김지온 취재본부장
겨울 축제장의 화려한 불빛 뒤편에서 불편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방문객의 발길을 끌기 위해 해마다 규모를 키워온 축제 현장이, 정작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위생 관리에서는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불안과 불쾌감을 남긴다면, 겨울 축제의 의미는 과연 어디에서 다시 찾아야 할까.
최근 한 네티즌이 국내 대표 겨울 축제 중 하나인 태백산 눈축제를 찾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노점상 점주가 꽁꽁 얼어붙은 플라스틱 막걸리 병을 그대로 어묵탕 솥에 담가 녹이는 모습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어묵탕에 담겨 있던 어묵 꼬치가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손님들에게 제공됐다는 점이다.
이를 목격한 관람객 A씨는 “얼어 있는 플라스틱 막걸리 병을 어묵탕에 그대로 넣더라.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두 병이나 담그는 걸 봤다”며 “제발 먹는 음식으로 이런 식의 장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해당 장면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영상만 봐도 가기 싫어진다”,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실 축제장의 위생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할 행정기관이 위생 점검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노점상의 위생 관리가 사실상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겨울철에 막걸리가 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따뜻한 물에 따로 데워 제공하는 등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손님은 결코 ‘아무렇게나 대접받아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위생 문제가 우려되는 플라스틱 병을 어묵탕에 넣어 판매한 행위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관광객의 건강과 안전보다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한 장사 방식에 분노가 쏟아지는 이유다.
논란이 확산되자 태백시는 “방문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어묵·막걸리 점포에 대한 긴급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즉각적인 영업 중단과 시설 철거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대응은 행정기관으로서 당연한 조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전에 보다 철저한 지도와 감독이 이뤄졌다면 이러한 비위생적인 행위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은 이제 반복돼서는 안 된다. 하루 만에 후속 조치가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누군가 이를 촬영하지 않았다면 같은 행위는 계속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일부 몰지각한 노점상으로 인해 태백시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남은 축제 기간 동안 태백시는 보다 철저한 위생 점검과 관리·감독을 통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축제는 사람들의 추억을 쌓는 공간이지, 불신과 불안을 남기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기본에 충실한 축제, 그것이 방문객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겨울 축제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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