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북 지방선거판에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총과 수갑 대신 정책과 공약을 들고 선 이들이 있다. 평생을 치안 현장에서 보낸 고위직 경찰 출신 인사들이 충북도지사와 시장·군수 선거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며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질서와 통제를 상징하던 경찰 조직의 리더들이 이제는 지역 행정의 수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은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선다. 이는 지방자치의 방향과 리더십의 성격 변화라는 질문을 충북 정치권에 던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충북지역 경찰 출신 인사는 모두 6명. 도지사부터 시장, 군수까지 전방위로 진출한 데다, 특정 지역이나 개인 차원의 도전이 아닌 고위직 중심의 ‘집단적 출마’라는 점에서 충북 선거사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충북도지사 선거다. 국민의힘 소속 조길형 전 충주시장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나란히 도전장을 냈다. 두 사람 모두 경찰대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다. 조 전 시장은 경찰대 1기, 윤 전 청장은 7기로 조 전 시장이 선배다.
조길형 전 시장은 3선 충주시장을 지낸 인물로, 오랜 경찰 경력에 행정 경험까지 겸비한 ‘검증된 행정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윤희근 전 청장은 “젊고 참신한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중심, 젊고 활기찬 충북을 만들고 싶다”며 변화와 세대 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색깔의 리더십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청주시장 선거에는 민주당 소속 김학관 전 충북경찰청장이 출마했다. 그는 치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로 무대를 옮겨 시민의 삶을 직접 개선하는 행정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충주시장 선거 역시 경찰대 동문 간 맞대결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소속 노승일 전 충북경찰청장과 국민의힘 소속 정용근 전 대전경찰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경찰대 동문일 뿐 아니라 고교 동창으로도 알려져 있어, 개인적 인연을 넘어선 치열한 정치 경쟁이 예상된다.
괴산군수 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나용찬 전 군수가 재도전에 나선다. 순경 출신으로 군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그는, 과거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퇴진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선거는 명예 회복을 위한 도전이다. 나 전 군수는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강한 추진력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며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이처럼 치안 전문가들이 행정 수장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면서, 충북 지방선거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경찰 출신 후보들의 약진은 안정과 질서,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동시에 강한 조직 운영 경험이 지방 행정이라는 복합적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방향’이다. 치안을 책임졌던 경험이 행정으로 확장돼 도민의 삶을 얼마나 세심하게 보듬을 수 있을지, 통제와 지휘의 리더십이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총 대신 공약을 들고 나선 경찰 출신 후보들.
그들이 행정에서도 도민의 일상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켜내는 수장이 될 수 있을지, 충북 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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