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필자는 가끔 간식이 생각날 때면 사무실 옆에 있는 꽈배기 집을 찾는다. 문을 연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곳이라 처음엔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꽈배기 집이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찹쌀 꽈배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찹쌀밥을 좋아했던 터라, 밀가루 꽈배기보다 훨씬 맛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에 지인이 사무실을 찾았다. 마침 출출하던 참이라 이때다 싶어 함께 먹을 간식으로 찹쌀 꽈배기를 사러 갔다. 메뉴는 꽈배기뿐 아니라 핫도그, 고로케, 치즈볼 등 다양했지만, 꽈배기 전문점답게 찹쌀 꽈배기 위주로 주문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꽈배기를 미리 만들어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바로 튀겨낸다. 잠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갓 튀긴 꽈배기를 먹을 수 있다면 그 기다림마저 즐겁다. 가게 안은 꽈배기를 튀기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노릇노릇한 찹쌀 꽈배기가 나왔다.
종이 봉지에 담긴 꽈배기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와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하나씩 집어 입에 무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했다. 콩고물이 묻어 있어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워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이렇게 맛있는 꽈배기는 처음이었다.
취향에 따라 설탕, 계피, 콩고물 등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계피 설탕도 맛있었지만 필자에게는 콩고물을 묻힌 꽈배기가 단연 최고였다. 지인 역시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라며 이런 꽈배기는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느끼하지 않아 좋았고, 두 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했다.
이 집의 꽈배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많다. 어떤 날은 재료가 일찍 소진돼 발길을 돌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매일 당일 반죽해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살아 있고, 그 점이 맛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요즘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 매출이 줄어 가게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임대료와 인건비, 식재료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이 많지 않다 보니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연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싶어도 이자와 원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이 살아야 우리 경제의 뿌리도 튼튼해지는데, 지금의 경제 상황은 한마디로 최악에 가깝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들린다.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돼 자영업자든, 소상공인이든, 기업이든 모두가 웃으며 어깨춤을 출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잘 운영되는 가게들이 있다. 그들만의 노하우와 차별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사무실 인근의 이 꽈배기 집 역시 맛과 청결, 그리고 정직한 방식이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가게가 자리 잡으면서 주변 상권도 조금씩 활기를 띠는 것 같아 반갑고, 필자 역시 멀리 가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지인과 함께 나눠 먹은 찹쌀 꽈배기는 쫀득했고, 그 시간은 소소하지만 분명한 행복이었다.
찹쌀 꽈배기 한 봉지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정직하게 반죽하고, 갓 튀겨내는 수고와 손님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런 작은 노력이 결국 단골을 만들고, 불황 속에서도 가게를 지켜내는 힘이 되는 것 아닐까.
소상공인의 땀과 정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가까운 가게부터 응원해 나간다면 경제도, 일상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그날 지인과 나눈 쫀득한 꽈배기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우리 삶 곳곳에 오래 남기를 기대해 본다.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