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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직자의 언어는 국가의 얼굴이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6.02.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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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인구 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 앞에서,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는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문제의식이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사람을 ‘수입’의 대상으로 호명하는 순간 그 주장은 정책이 아니라 폭력이 된다. 진도군수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최근 공적 자리에서 인구 감소 문제를 언급하며 “스리랑카나 베트남 처녀들을 수입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농촌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빌미로 여성과 특정 국가의 국민을 도구화해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었다. 

 

발언 직후 국내에서는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고, 진도군청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은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하며 이 사안을 외교 문제로까지 확산시켰다.

 

문제는 이 발언이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공직자의 언어가 곧 국가의 얼굴이 되는 시대에 얼마나 무책임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인구 정책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의 문제다. 그 기본 전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어떤 대안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일부에서는 농촌 총각들의 결혼 현실을 고려한 발언이었다고 말한다. 농촌의 구조적 어려움과 결혼 문제의 심각성은 분명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더구나 ‘처녀’를 마치 물건처럼 ‘수입’해야 한다는 표현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는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심각하게 결여한 발언이었으며,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신이었다.

 

‘처녀 수입’이라는 표현이 상대국 국민에게 안겼을 모욕감과 치욕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한마디는 개인의 품위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이미지까지 훼손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인식이 공적 발언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 군수는 사과문을 통해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며 인구 감소의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전라남도 역시 베트남 정부와 국민, 그리고 여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 강화를 약속했다.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사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직자의 말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공적 메시지이며, 그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다시는 가벼운 말 한마디가 타국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구 정책은 존엄 위에 세워질 때만 비로소 미래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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