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영 종 (교육학 박사.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오늘날 충·효·예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하면, 고리타분하다거나 구시대적인 유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 교육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교육 방식은 과연 여전히 유효한가?”
AI는 이미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더 정확하게 정답을 찾으며,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한다.
문제 풀이 능력과 지식 암기력에서 인간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실은 여전히 문제집을 풀고, 시험 점수로 줄 세우고, 대학 진학률로 학교를 평가한다.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을 기르는 데 매달리는 교육 구조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답 찾기’는 AI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에게 끝없이 훈련시키는 교육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목적을 잃어버린 구조가 문제다.
우리는 오랫동안 ‘어떤 사람을 기를 것인가’보다 ‘얼마나 좋은 대학에 보낼 것인가’를 먼저 물어왔다. 교육은 삶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선발을 위한 통로가 되었고, 교실은 성장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으로 변해 갔다. 그 결과 아이들은 성적은 올랐지만, 책임감, 공감력, 공동체 의식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AI 시대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교육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충·효·예다.
충(忠)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내가 속한 사회를 더 낳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시민의식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 없이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다.
효(孝)는 관계의 출발점이다. 가정에서 배우는 존중과 돌봄, 기다림의 경험은 타인을 이해하는 힘을 키운다. 무너진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고립, 저출산과 단절의 문제 역시 관계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예(禮)는 자유를 조율하는 지혜다. 선택이 많아질수록 타인을 배려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예는 억압이 아니라 공존의 기술이며,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생활 윤리다.
이 가치들은 낡은 전통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가 말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시민성, 사회적 책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결국,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더 많은 지식이 아니라, 더 깊은 인간성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변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일수록 교육은 더욱 인간다워져야 한다. 이제 교육은 선발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공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은 문제집이 아니라, 더 따뜻한 마음과 바른 품성을 길러야 한다.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가치인 충·효·예가 가장 미래적인 교육철학일지 모른다.
AI가 우리에게 준 진짜 숙제는 이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똑똑한 기계로 키울 것인가, 책임 있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미래 교육의 답은 분명하다.
충·효·예로 돌아갈 때, 비로소 교육은 다시 사람을 살리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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