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종 (교육학 박사. 한국바른교육연구원 원장)
새 학기는 아이들이 시작하지만, 학부모도 기대와 긴장으로 시작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부모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새 학기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출발선이다. 교실의 자리 배치가 바뀌고, 새로운 담임과 친구들을 만나며, 낯선 교과서의 첫 장을 넘기는 이 시기, 아이의 마음에는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자리한다. 이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부모다. 부모의 한마디는 아이의 하루를 바꾸고, 한 학기의 방향을 정한다.
새 학기를 맞는 부모의 첫 번째 역할은 응원과 신뢰를 보내는 일이다. “이번에는 꼭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보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우리 아들을 믿는다”는 메시지가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기대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부담이 된다. 성적과 결과 중심의 시선은 아이의 도전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부모는 성과를 관리하는 감독자가 아니라, 과정을 지켜보는 동반자여야 한다.
학업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는 지식만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친구와의 관계를 맺고 갈등을 조율하며, 교사에게 예의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삶의 현장이다. 인사를 잘하는 습관, 약속을 지키는 태도,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마음은 성적표에 기록되지 않지만 인생의 성취를 좌우하는 힘이 된다. 학부모가 성적만을 강조할 때 아이는 관계의 가치를 놓칠 수 있다. 새 학기일수록 “친구들과 잘 지내는가”, “선생님께 예의를 지키는가”를 함께 살피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자기주도성이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아이의 배변훈련까지 학교에 맡겨 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이고 보면, 기본적인 것부터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가 모든 일정을 대신 계획하고 관리하면 단기적 성과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삶의 주인이 되는 힘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하루의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 미디어 사용 시간까지 아이가 스스로 정하고 지켜보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도 질책보다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곧 성장이다.
새 학기는 완벽을 요구하는 시간이 아니라 성장의 방향을 세우는 시간이다. 아이는 아직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고, 관계 속에서 성숙해 간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비교와 조급함은 장애물이 되지만, 믿음과 기다림은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너는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메시지 위에 노력과 책임, 예절과 배려를 쌓아 가도록 돕는 것, 그것이 새 학기를 맞는 부모의 역할이다.
교실 문을 여는 아이의 뒷모습에는 가정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따뜻한 격려와 절제된 기대, 그리고 일관된 신뢰가 아이의 한 학기를 밝히는 힘이 된다. 새 학기, 부모의 말과 태도가 곧 아이의 용기와 자신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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