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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떠한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 없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6.02.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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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린 무기징역 선고는 단순한 유죄 판결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라 할지라도 헌정 질서를 넘어설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새긴 선언에 가깝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원이 내린 형은, 법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책임이었다.

 

재판부는 그의 행위를 “국가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문장은 이번 판결의 성격을 압축한다. 민주주의의 방어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 그 기준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건의 전개는 충격적이었다. 계엄 선포, 국회 봉쇄, 군·경 동원 시도, 그로 인한 정치·사회적 혼란까지. 법원은 이를 단순한 권한 남용이 아니라 헌정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판단했다. 

 

특히 내란죄는 실행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그 기도와 행위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국제적 신뢰 하락, 사회적 양극화 심화, 막대한 수사·재판 비용 역시 엄중히 지적됐다.

 

함께 기소된 인물들에 대한 선고도 이어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0년, 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에게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징역 10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게 징역 3년. 재판부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해 형량을 정했다. 책임은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동시에 법원은 ‘실패한 내란’이라는 복합적 성격도 언급했다. 준비의 치밀함이 부족했고 물리력 행사도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법의 냉정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감경 사유 언급이 과연 타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교차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내란은 국회와 국민의 저항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헌법 질서의 재확인을 강조했다. 다만 감경 사유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 역시 국가의 안위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양형 판단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반면 조국혁신당 은 “주권자의 명령에 응답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수사와 기소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판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선고 직후, 지지와 비판은 첨예하게 갈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는다. 사법부의 판단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한 축이며, 그 결정은 절차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항소심을 통해 법적 판단은 다시 다듬어질 것이다. 그 또한 제도의 일부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고령, 초범, 공직 경력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통상의 형사 범죄와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며, 대외적 혼란을 초래한 ‘내란’이라는 점에서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자리다. 그 지위를 이용해 헌정을 흔들었다면,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법은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말한다. 이번 판결은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법적 판단의 결과다. 법원은 내란의 위험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실행의 정도와 개별 책임을 세밀히 따졌다. 엄정함과 절차적 균형 사이에서 선택한 결론이었다.

 

이 판결은 한 전직 대통령의 형량을 확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확인한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제도와 시민, 그리고 법의 판단이 맞물릴 때 비로소 작동한다. 헌법은 종이에 적힌 문장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지켜내야 할 약속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 판결을 통해 스스로의 기준을 세웠다.어떠한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그 단순하지만 무거운 문장이, 우리 사회가 끝내 붙들어야 할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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