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삶의 터전을 옮긴 가족에게 찾아온 것은 희망이 아니라 참혹한 비극이었다.
의과대학 진학을 꿈꾸며 새 출발을 준비하던 열일곱 소녀의 삶은 이사 온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멈춰 섰다.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말하면서, 정작 그 아이들이 살아갈 공간의 안전은 충분히 지켜내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지난 24일 오전 6시 18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예비 고교생 A양(17)이 현장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얼굴에 화상을 입었으며 여동생은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A양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성실히 학업에 매진해온 학생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더 큰 꿈을 펼치려던 계획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해당 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노후 공동주택으로, 법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 당시 경보음과 안내 방송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는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단지 내 이중 주차 차량으로 인해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때 확보되지 못한 진입로, 설치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껴간 소방 설비. 어느 하나만 달랐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나 우연한 재난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노후 아파트의 소방 안전 기준, 경보 시스템의 실효성, 단지 내 주차 관리 문제 등 여러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교육 1번지’라 불리는 지역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정작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주거 안전은 충분히 점검되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소방시설 전면 점검과 단계적 보완, 긴급 차량 진입로 확보 의무의 실질적 강화, 실제 상황에서 작동하는 화재 대응 매뉴얼 정비가 시급하다. 법적 최소 기준에 머무르는 안전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기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꿈은 교실 안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그 꿈을 품고 잠드는 집,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 안전할 때 비로소 미래도 안전해진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선택한 보금자리가 더 이상 비극의 무대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다.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