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마음은 답답함을 넘어 허탈함에 가깝다. 미래를 위한 논의는 사라지고, 정치권의 네 탓 공방만이 요란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충남·대전, 대구·경북, 광주·전남 통합법 가운데 광주·전남 통합법만 통과시켰다. 반면 충남·대전과 대구·경북 통합법은 보류됐다. 광주·전남은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한 뒤 7월 1일 통합시가 출범할 예정이다. 같은 출발선에 섰던 충남·대전은 사실상 뒤처진 셈이다.
충남·대전 행정통합은 당초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주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충남·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충남대전통합 및 충청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속도를 냈다. 여야 모두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듯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재정 문제와 권한 이양을 둘러싼 이견이 표면화됐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 재정 자립 기반 확보 등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쟁점일수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였다. 충분히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정치권은 협상 대신 공방을 택했다.
최근에는 감정 섞인 발언까지 이어지며 갈등이 격화됐다. 민주당 측에서는 통합 추진 주체를 향해 거친 표현을 동원했고, 이에 대해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논의는 사라지고 책임 공방만 남았다.
김 지사는 “속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국회에 여야 동수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또한 실질적인 재정 자립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75대 25에서 최소 60대 40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 역시 정쟁의 틀 안에서 소비된다면 해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지역의 행정 효율성, 재정 자립, 산업 경쟁력, 나아가 충청권의 미래 전략과 직결된 문제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과 내용은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고 속도와 내용을 대립 구도로 세워 정쟁의 도구로 삼을 일은 아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만드는 과정이다. 싸우더라도 결국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상대를 공격하는 언어가 아니라, 설득과 조율의 언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역지사지의 자세 없이 통합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지금처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진다면 충남·대전 행정통합은 영영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충남·대전 행정통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충분히 길은 있다. 정치가 문제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도 정치에 있다. 이제는 공방을 멈추고 해법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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