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을 스치는 공기에는 봄내음이 가득했고, 고속도로 주변 산과 들, 논과 밭에도 어느새 봄이 내려앉아 있었다. 연둣빛 기운이 번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군산 시내에 들어섰다. 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고,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군산의 명소인 군산 철길마을 이었다.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활기가 느껴졌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나들이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옛 철로를 배경으로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달고나를 만들며 웃음꽃을 피우는 아이들, 타로점을 보는 청춘들, 풍선 터트리기에 집중한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학창 시절의 교복을 입고 수줍은 표정으로 사진을 남기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들은 누군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철길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과거로 떠나는 작은 타임머신 같았다. 감성을 자극하는 이 공간이 있기에 지역이 살아나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아닐까.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도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아내와 나도 천천히 철길을 걸으며 모처럼 여유를 즐겼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메뉴는 당연히 회였다. 검색 끝에 찾은 곳은 비응도 항구 인근에 자리한 물고리자리 횟집. 철길마을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바다를 보며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차를 몰고 이동하는 길, 멀리 새만금이 눈에 들어왔다. 한창 개발 중인 모습에서 이 지역의 변화와 가능성이 느껴졌다.
비응도는 소박한 항구 마을이었다. 식당 창가에 앉자 잔잔한 파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광활한 바다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었고,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다 보니 괜히 더 설레었고, 당장이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잠시 후 상 위에 차려진 회 한 상. 싱싱한 회와 해산물, 푸짐한 밑반찬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육지에서 먹던 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쫀득한 식감과 살아 있는 듯한 신선함이 입안을 황홀하게 채웠다. 굴, 전복, 낙지회, 대하 소금구이, 새우튀김, 연어샐러드까지… 하나하나 음미하며 천천히 맛을 즐겼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마지막에 나온 매운탕이었다. 냄비가 아닌 인덕션 위 종이냄비에 끓여내는 방식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짜지 않고 간이 딱 맞았으며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30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맛이었다.
직원들은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대장’. 알고 보니 사장님이었다. “대장님” 하고 불러드리자 환하게 웃으셨다. 회가 정말 맛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소주 한 병과 회 한 접시를 서비스로 더 내어주셨다. 넉넉한 인심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반가웠다. 가격이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이상의 대접과 만족을 받았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좋은 곳을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었던 하루.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행복은 거창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문득 찾아오는 것임을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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