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경제 곳곳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의 여파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영향은 도시를 넘어 농촌지역까지 확산되며 서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최근 충남 도내 시·군 지역의 평균 유가는 휘발유 리터당 1800원대, 경유는 19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2300원을 넘어서는 곳도 나타났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은 이른바 ‘역가격’ 현상은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지금처럼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경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고충은 특히 크다. 한 운전자는 “이렇게까지 경유 가격이 오른 것은 처음 본다”며 “장거리를 뛰는 입장에서 기름값 부담이 너무 커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상황에서 경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농사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농민은 “농번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에 갑자기 경유 값이 올라 당황스럽다”며 “중동 전쟁이 빨리 끝나 유가가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농기계 대부분이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농민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가 상승의 원인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등 중동 정세 불안에서 찾고 있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질수록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정유업계의 가격 인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미 확보해 둔 재고 물량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유소에서는 하루 사이 리터당 500원 이상 가격을 올린 사례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운전자들이 중간에 주유를 멈추거나 평소보다 적은 양만 넣는 이례적인 모습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급격한 유가 상승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경우 기름값이 올랐다고 해서 운송비가 자동으로 인상되는 구조가 아니다. 운전자 스스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경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농기계 운영비와 영농비 증가로 이어지며 농가 경제를 압박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시장 현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유업계의 가격 인상 과정이 합리적인지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류세 한시 인하 확대, 농업용 면세유 공급 확대, 화물차 유가보조금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처럼 기름값이 급등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피해는 단순히 운전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물류비 상승은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농업 생산비 증가는 식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정유업계의 가격 인상 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서민과 농민, 화물차주 등 유가 상승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기름값 폭등의 부담을 국민에게만 떠넘기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그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상황 관망이 아니라 체계적인 유가 안정 대책과 시장 관리다. 그래야만 전쟁의 불똥이 서민 경제를 더 깊이 흔드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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