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 짧은 문장은 결국 삶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운다. 아무리 풍요로운 시대라 해도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헬스장이나 격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맨손체조나 산책, 트레킹, 등산처럼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운동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을 ‘치료’가 아닌 ‘예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 변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충북 괴산군이 내놓은 색다른 정책 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걷기라는 가장 단순한 행동에 ‘보상’이라는 동기를 더한, 이른바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이다.
이름부터 흥미로운 ‘걷다보니 통장부자’는 하루 7,000보를 걷거나 달리면 500원을 지급하고, 한 달 최대 1만 원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소소한 보상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꽤 정교한 설계가 숨어 있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동기라는 점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산책로와 게이트볼장은 전보다 한층 활기를 띠고, 어르신들은 운동과 놀이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목표 걸음을 채운다. 여기에 ‘500원’이라는 작지만 확실한 보상이 더해지면서 성취감은 배가된다. 건강을 위해 나선 발걸음이 곧바로 보상으로 이어지니, 운동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습관이 된다.
청년층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혼자서는 작심삼일로 끝나기 쉬운 운동이 동아리 활동과 결합되면서 꾸준함을 얻었다. 함께 걷고 뛰며 건강을 챙기고, 쌓인 지역화폐로 소소한 소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애착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직장인들 역시 점심시간이나 짧은 여유 시간을 활용해 걷기에 동참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한다’는 말 대신, ‘걷는 만큼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숫자는 이러한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시행 첫 달에만 인구의 약 9%가 참여했고, 그중 대부분이 목표를 달성했다. 이후 참여율은 10%를 넘어섰다. 단기간에 나타난 이 성과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 속에 스며든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나아가 운영 기간을 한 달 내내로 확대하고 자동 참여 시스템까지 도입한 것은 이러한 반응을 반영한 결과다.
괴산군이 ‘걷기’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만성질환과 의료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후 치료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여기에 지역화폐를 결합하면서, 건강과 경제를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묶어냈다. 주민들이 걸어서 번 돈이 다시 지역 상권으로 흘러들어가고, 이는 다시 지역을 살리는 동력이 된다.
결국 이 정책의 핵심은 ‘걷기’가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방식에 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누구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결과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 그 단순한 원리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건강은 특별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 한 걸음, 한 번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다. 괴산군의 ‘걷다보니 통장부자’는 그 평범한 진리를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다. 걷는 만큼 건강해지고, 걷는 만큼 지역이 살아나는 이 작은 실험이 더 넓은 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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