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흙을 만지고, 마음을 심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6.03.29 18:37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취재본부장

3월 넷째 주 토요일,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괴산 농막을 찾았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전날 사둔 목련나무와 넝쿨장미, 그리고 소나무 묘목을 차에 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괴산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는 뿌연 미세먼지가 끼어 있어 주말의 기분을 조금 흐리게 했다. 그럼에도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경을 마주할 생각에 마음은 점점 들떴다.

 

도심에서는 매캐한 매연과 탁한 공기에 숨쉬기조차 답답하지만, 산막이옛길이 있는 괴산은 다르다. 괴산호의 넓은 수면과 주변의 높은 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막혀 있던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고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농막.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새들의 지저귐이 귓가를 채웠다. 오직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하고도 따뜻한 정서였다.

 

서둘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낙엽이 쌓여 있었고, 작년에 심었던 나무 몇 그루는 이미 말라 있었다. 정성껏 물을 주며 키웠던 나무들이라 마음이 아팠다. 아직 나무를 제대로 키우는 법을 모르는 내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았다.

 

고사한 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밭에서 키우던 에메랄드 나무를 옮겨 심었다. 몇 년 동안 정성껏 키운 덕분에 키도 크고 제법 풍성했다. 삽으로 큰 나무를 캐어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팔과 다리,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 순간, 시골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껴졌다. 이 고된 일을 평생 해왔을 그들의 삶이 존경스럽게 다가왔다.

 

넝쿨장미도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심어주었다. 여름이 오면 아름다운 꽃이 피어 농막 주변 풍경과 어우러질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휑하던 공간에 나무들이 자리 잡자 한층 울창해 보였고, 짙은 초록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함을 안겨주었다.

 

나는 사계절 내내 푸른 나무를 특히 좋아한다. 그런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기운이 솟고,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커다란 화분에는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 이 나무가 언제쯤 멋지게 자라날지는 알 수 없지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흙을 덮었다.

 

여러 나무를 심고 나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심은 자리를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사용한 연장을 챙겨 창고에 넣었다. 농막 주변은 한층 단정하고 새로워진 모습이었다.

 

사람의 손길 하나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탄이 나왔다. 힘든 노동 끝에 얻은 결과라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허리가 뻐근해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나무 몇 그루가 만들어낸 변화는 그 모든 피로를 잊게 했다.

참으로 보람된 하루였다.

ⓒ 경충일보 & www.kcilbo.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증평인삼골축제 이틀째 열기 ‘후끈’…방문객 발길 이어져
  • [인터뷰]윤건영 충북교육감 “AI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삶의 나침반’”
  • 장기수 천안시장 취임 100일…“시민 체감형 현안 해결 속도 낸다”
  • 증평투어패스, 관광객 발길 지역 상권으로 잇는다
  • [데스크칼럼]농어촌기본소득에 매달리는 이유는
  • 오세현 아산시장 “삼성 투자,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해야”
  • 괴산청결고추 올해 얼마?…1근 1만6천원으로 확정
  • 윤건영 충북교육감 “악성민원, 교사 개인이 감당하게 하지 않겠다”
  • [인터뷰]안신일 세종시의회 의장
  • 세종시의회 안신일 의장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흙을 만지고, 마음을 심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