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식 세종시교육감 예비후보
영유아 교육과 보육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본격적인 정책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책이다. 특히 영유아 인구 감소와 교육 격차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보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는 교육부 관할의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할의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시설 기준, 교사 자격, 처우, 재정 지원 등에서 차이가 발생해 왔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이용하는 기관에 따라 교육·보육의 질이 달라지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불균형은 ‘출발선의 차이’라는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보통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 체계를 교육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세종특별자치시와 같은 젊은 도시에서는 영유아 비중이 높고 교육 수요가 크기 때문에, 유보통합의 효과를 선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과제가 동시에 제기된다. 우선 행정 체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과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보육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 예산 승계, 법적 근거 정비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또한 교사 자격과 처우 문제는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는 양성 과정과 근무 조건에서 차이를 보여 왔으며, 이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단일 자격 체계 도입, 연령별 전문 자격 구분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을 유지·향상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내용의 통합 역시 중요한 과제다. 현재 0~2세를 위한 표준보육과정과 3~5세를 위한 누리과정 사이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영유아기의 발달 특성을 고려한 일관된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놀이 중심 교육을 기반으로 언어·인지 발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디지털·AI 환경에 대한 기초 경험, 생태 및 인성 교육 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시설과 안전 기준의 통합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관마다 상이했던 기준을 하나로 정비하되,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기준으로 삼는 ‘상향 평준화’ 원칙이 필요하다. 동시에 노후 시설 개선과 교육 환경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 지원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유보통합의 성패는 재정에 달려 있다. 교사 처우 개선, 시설 개선, 행정 시스템 구축 등에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며,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다. 재정 확보뿐 아니라 기존 중복 사업을 정비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전략도 함께 요구된다.
이와 함께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과 사회적 합의 형성도 중요한 요소다. 교사, 학부모, 운영자 등 다양한 주체가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는 만큼, 충분한 정보 제공과 참여 기회를 통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특히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보통합은 단순한 제도 통합이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어느 기관에 다니든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공교육이 영유아기부터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유보통합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잘 통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의 통합을 넘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와 실행이 이뤄질 때 비로소 유보통합은 그 의미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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