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보이스피싱이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피해자는 노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까지도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치밀해지면서 누구나 한순간의 방심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이다.
최근 음성군에서는 수천만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모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나 괴롭고 절망스러웠으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목숨을 스스로 끊었겠는가. 유서에는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해 그동안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모자가 얼마나 큰 충격과 괴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잃은 돈은 무려 5천만 원에 달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피해자들에게는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이었을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한순간의 사기로 피해자의 돈을 빼앗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 가정을 파괴하고,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며, 결국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다.
반면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의 눈물과 절망 위에서 호화생활을 누린다. 피해자의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을 자책하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빚더미에 올라앉고, 어떤 이들은 생계를 잃고, 또 어떤 이들은 삶의 희망마저 포기하게 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을 사칭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과 정부기관까지 교묘하게 위장해 피해자들을 속인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범죄가 됐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평생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찰은 지난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1조 2천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는 그만큼 많은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다.
수차례 예방 교육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정부와 경찰이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범죄 조직의 자금 흐름과 조직 구조를 끝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하고, 국제 범죄조직과의 연결고리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물론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신사와 금융기관, 수사기관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발신번호 조작과 대포통장, 대포폰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범죄자들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 역시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항상 인식하고, 의심스러운 전화나 문자에 속지 않도록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범죄자들은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으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음성군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금융사기가 아니다.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고 가정을 파괴하며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악질 범죄다. 더 이상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정부와 수사기관, 통신업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 나서야 할 때다. 다시는 음성군 모자와 같은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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