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필자는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직업이 기자이다 보니 거의 매일 기자회견과 브리핑 일정이 이어지고, 취재를 위해 여러 기관을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일인 오늘도 오전에 잡혀 있던 취재 일정이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오후로 미루고 필자의 안식처인 괴산 농막으로 향했다.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농막 진입로 포장공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은 차량이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거북이걸음처럼 답답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치 가을을 닮은 맑은 하늘과 산뜻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차창으로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는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복잡했던 머릿속도 맑게 씻어주는 듯했다. 마음마저 한결 가벼워졌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오가는 익숙한 길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새롭게 느껴졌다. 머릿속에는 어느새 농막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졌다.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고,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괴산 시내를 벗어나 어느덧 목적지인 농막에 도착했다. 그런데 농막 주변에는 평소와 다른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레미콘 차량과 작업하는 인부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쪽에서는 포장될 도로 가장자리에 가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본격적인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초 내일쯤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인부들의 손놀림은 분주했고, 숙련된 전문가들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비만 오면 농막 인근 도로는 흙과 돌이 쓸려 내려와 적잖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때마다 포클레인을 불러 정리 작업을 해야 했고, 시간과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비 오는 날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차량 바퀴가 헛돌아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후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결국 농막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농막으로 향하는 길이 편안해지면서 그동안의 고생이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까지는 며칠이 더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는 훨씬 편하게 농막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의 부담도 내려놓게 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농막 주변에 어지럽고 보기 흉했던 공간들이 기계의 손길을 거치면서 깔끔하게 정리되고 정돈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변화된 현장을 바라보니 작은 길 하나가 주는 의미가 이렇게 클 수 있구나 싶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관할 행정기관에 신청만 하면 일정 절차를 거쳐 곧바로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의 착각이었다.
도로 포장을 위해서는 주변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했고, 산지전용허가 등 필요한 절차도 거쳐야 했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 과정을 지나오며 다시 한 번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마침내 길이 열리게 된 만큼 기쁨은 더 컸다. 앞으로 농막을 찾는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잦아질 것 같고, 그동안 소홀했던 나무 관리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산중턱에 자리한 농막까지 이렇게 포장된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날이 찾아왔다.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작은 변화였고, 삶의 여유를 되찾게 해주는 반가운 선물처럼 느껴졌다.
현장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뿌듯했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는 날에는 날짜를 잡아 가족들과 함께 조촐한 ‘농막 진입로 개통식’이라도 열어야겠다.
그 길 위에는 단순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그동안의 기다림과 노력 그리고 앞으로의 행복한 시간이 함께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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