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감정은 대부분 자신이 베푼 도움이나 정성에 대해 상대가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을 때 생긴다.
누군가를 도와주었다면 마음속으로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기대하게 된다. 상식과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면 작은 도움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상대의 호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은 결국 어디를 가든 진심 어린 대접을 받기 어렵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하는 덕목이다.
필자 역시 최근 서운함을 느낀 일이 있었다.
폭염이 절정에 이른 날이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이마와 등에선 땀이 쉴 새 없이 흘러 옷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그런 날 지인의 부탁을 받고 한 마을의 작은 행사 취재를 나가게 됐다.
사실 기사거리가 될 만한 행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정을 이야기하며 간곡히 부탁하는 지인의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행사장에는 마을 주민들과 단체장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필자는 한 시간 가량 행사장을 돌며 사진을 찍고 관계자들을 취재했다. 폭염 속에서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은 손수건으로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더위에 약한 필자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취재였다.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에어컨 바람을 쐬니 그제야 온몸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잠시 몸을 추스른 뒤 곧바로 기사 작성에 들어갔다. 취재수첩을 꼼꼼히 살피며 빠진 내용은 없는지 확인했고, 문맥과 표현, 오탈자와 띄어쓰기까지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며 수정했다. 그렇게 최종 탈고를 마친 기사는 무사히 승인돼 신문에 실렸다.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사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지만, 잘 완성된 기사를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매일 쓰는 기사지만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새롭고 뿌듯하다.
필자는 가장 먼저 취재를 부탁했던 지인에게 기사를 보내주었다. 기사를 읽었음에도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바빠서 그러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도, 다음 날이 되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서운했다. 폭염 속에서 땀 범벅이 되어 취재를 하고, 정성을 다해 기사를 써 주었는데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조차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재를 부탁할 때는 그렇게 간절했으면서, 막상 부탁을 들어준 뒤에는 아무런 인사도 없는 모습을 보며 사람의 마음이란 참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세상에는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는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느끼게 된다. 감사와 배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야 하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서운함은 거창한 일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힘들게 애쓴 사람에게 건네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없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 짧은 한마디는 상대의 수고를 인정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큰 배려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진심이 담긴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