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인터뷰 약속이 있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충북 괴산으로 향했다.
세종을 출발할 때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흐린 날씨였다. 구름이 잔뜩 낀 탓인지 습도까지 높아 몸은 쉽게 지쳤고,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며 잠시 차창을 열어봤다. 혹시나 시원한 바람이 들어올까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상쾌한 바람이 아닌 눅눅하고 끈적한 바람이었다. 이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차 안으로 퍼지는 시원한 바람은 금세 몸과 마음을 깨웠다. 흐릿했던 정신이 맑아지고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는 것이 건강에 좋지만은 않지만,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은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렇게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괴산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모래재 고개에 다다랐다.
일이 있을 때마다 오가는 길이지만, 이곳을 지날 때마다 산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는 늘 특별하다. 일상에 지친 마음과 쌓였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출발할 때만 해도 흐렸던 하늘은 괴산에 가까워지자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햇살이 내려앉았고,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산세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언제 봐도 정겹고 아름다운 괴산. 그곳은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곳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인터뷰 대상자를 만났다. 준비해 간 질문지를 바탕으로 50여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기자라는 직업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어갈 수 있었고, 상대방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인근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안 풍경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젊은 사람들만 찾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어느새 옛말이 된 듯했다. 매장 안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 친구들과 팥빙수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노트북을 펼쳐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군 지역이라 고령 인구가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도 삶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어머니 세대만 해도 가족을 위해 평생 일하며 자신만의 여유를 누릴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 고생한 만큼 차 한 잔, 맛있는 음식,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필자는 카페 한쪽 자리에 앉아 인터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흐려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감정과 함께 바로 기록해야 한다.
오랜 시간 기자 생활을 해왔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스트레이트 기사뿐 아니라 칼럼과 에세이 등 다양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고된 작업이다. 하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기자로서의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인터뷰 기사를 완성한 뒤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문맥은 자연스러운지, 오자는 없는지, 전달하려는 내용이 제대로 담겼는지 꼼꼼히 살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글을 마무리하고 기사를 올렸다.
사진과 함께 올라간 기사를 확인하는 순간 마음 한편이 뿌듯해졌다. 긴장했던 마음도 사라지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은 올 때와 달랐다. 무거웠던 마음은 가벼워졌고, 마치 큰 일을 해낸 사람처럼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다.
"오늘도 수고했다."
돌아오는 길, 마음속으로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일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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