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취재를 위해 주말 오후 세종 조치원복숭아축제장을 찾았다. 조치원복숭아축제는 세종시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다. 이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 '과연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축제장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 좋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행사장은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의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고, 곳곳에는 웃음소리와 활기가 넘쳐났다. 한여름의 폭염도 축제를 향한 시민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프레스룸에 노트북을 내려놓은 뒤 가장 먼저 복숭아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향긋한 복숭아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도심의 매연과 답답한 공기 속에서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맡는 천연의 달콤한 향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시된 복숭아들은 하나같이 탐스러운 색깔을 자랑했고, 진한 향은 절로 입맛을 돋웠다. 특히 전시관에는 무려 11개 품종의 복숭아가 소개돼 있었다. 품종마다 색깔과 모양, 식감, 맛의 특징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평소 복숭아는 그저 사서 먹는 과일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품종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조치원 복숭아의 우수성과 오랜 재배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기에는 아쉬웠다. 곧바로 판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판매장은 복숭아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저곳 부스를 둘러보던 중 시식 코너를 발견했다.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기자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복숭아 한 조각을 맛보는 순간, 부드러운 과육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과즙이 감탄을 자아냈다. 진한 복숭아 향까지 더해지니 왜 조치원 복숭아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118년 전통을 이어온 조치원 복숭아는 단순히 오래된 이름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농민들의 정성과 기술이 만들어낸 품질의 결과였고, '꿀복숭아'라는 명성이 결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판매장을 나와 이벤트존으로 향했다. 뜨거운 햇볕에 숨이 턱턱 막혔지만 축제장의 활기찬 분위기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핑크색 의상이나 소품을 착용한 방문객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는 '드레스코드 이벤트'였다. 복숭아를 상징하는 분홍색 옷을 입은 가족과 연인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었고, 기념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이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축제는 단순히 먹고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추억, 그리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치유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린이 물놀이장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물총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물을 뿌리고 장난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학교와 학원에 치여 마음껏 뛰어놀 기회가 많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축제장은 최고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웃으며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기자가 자라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화려한 놀이시설은 없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자치기 같은 전통놀이가 전부였지만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문명은 발전했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훨씬 다양해졌다. 그러나 그만큼 소박했던 전통놀이가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은 한편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조치원복숭아축제는 지난해보다 체험 프로그램과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한층 풍성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행사장도 더욱 깔끔하게 정비됐고, 관람 동선 역시 효율적으로 구성돼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매년 축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조치원복숭아축제는 이제 세종시민만의 축제를 넘어 전국적인 여름 대표 축제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폭염 속에서 진행된 취재였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거움이 더 컸다. 복숭아 향기와 시민들의 웃음, 그리고 축제의 활기까지 가슴 가득 담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올여름 조치원복숭아축제는 단순한 취재 현장이 아니었다. 향긋한 복숭아 향기와 따뜻한 사람들의 웃음이 어우러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여름날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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