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아침부터 날씨가 푹푹 찌는 무더위였다. 차 계기판은 2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날씨도 여름의 일상이라 여기며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취재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해 괴산으로 향했다. 일을 마친 뒤에는 괴산읍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필자의 농막으로 차를 돌렸다. 주말이면 이곳에 들러 나무와 농작물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지난주에는 찾아오지 못해 나무들이 무척 궁금했다.
농막에 도착하자 심어 놓은 나무들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듯했다. "안 보는 사이 많이 컸구나." 혼잣말로 인사를 건네니 나무들도 반갑게 답하는 것만 같았다. 폭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난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만 했다.
목이 말랐을 나무들을 위해 시원한 지하수를 듬뿍 뿌려주었다. 물을 머금은 나무들은 고맙다는 듯 잎사귀를 살랑살랑 흔들었고, 금세 생기를 되찾아 한층 싱그러워졌다. 농막에 올 때마다 몰라보게 자라 있는 나무들을 보면 늘 새삼스럽게 놀라곤 한다.
필자의 농막은 산막이옛길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울창한 숲과 빽빽하게 들어선 노송 덕분에 한여름에도 도시와는 다른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온몸을 식혀주고, 머리까지 맑게 해준다. 이곳에만 오면 무거웠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피곤했던 몸도 다시 힘을 얻는 기분이 든다.
농막에서는 괴산호의 잔잔한 호수와 아름다운 주변 풍경, 그리고 자연드림의 멋진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곳은 몇 번 가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올 때마다 새로운 설렘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복잡했던 생각도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은 평온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은퇴를 앞둔 많은 사람들이 물이 흐르고 경치 좋은 곳에 작은 세컨드하우스를 꿈꾼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비록 조금 늦었지만, 일도 하고 쉴 수도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농막에 앉아 있으면 풀벌레 소리와 매미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운다. 날파리와 작은 벌레들이 몸 주변을 맴돌아 다소 불편할 때도 있지만,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기에 이 작은 생명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정겹게 다가온다.
의자에 앉아 나무와 풀,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농막 옆에는 자연산 수국도 자리하고 있는데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면 그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눈앞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다.
도심의 탁한 공기와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청정한 자연수를 한 모금 들이켜면 온몸이 새롭게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이곳에 올 때마다 맑은 공기와 귀한 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복잡한 일과 어려운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해답을 찾게 해주는 곳도 바로 이 농막이다.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나만의 행복 충전소다.
오늘도 행복과 추억을 가슴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걷는 듯 가벼웠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풍경과 추억, 그리고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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