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지난 토요일,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별한 가족 행사가 있었고, 그 덕분에 평소라면 각자의 일상에 쫓겨 쉽게 맞추기 어려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장소는 세종 관내의 한 식당. 가족 모임인 만큼 메뉴는 소고기로 정했다. 가격이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오랜만에 모두가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그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식탁 위에는 자연스레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이 풀려 나왔다.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안부 전화 한 통 나누는 것도 쉽지 않은 게 요즘이다.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서인지 가끔씩의 만남은 더 반갑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얼굴을 보며 웃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참으로 귀했다.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을 즈음, 주문한 고기가 나왔다.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특유의 고기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잘 익은 고기를 상추에 올리고, 마늘과 파절이를 곁들여 한 쌈 싸서 입에 넣었다. 전에 다른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보다 유난히 부드럽고 식감이 좋았다. 고기의 질이 좋아서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여서 맛이 배로 느껴졌던 것 같다. 역시 음식의 맛은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고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소주다.
서로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 직장 이야기, 연애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웃음이 오가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성인이 되어 시집간 딸도 있고, 외손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니….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요즘 들어 시간의 속도가 유난히 빠르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마치 과속질주를 하는 것처럼 흘러간다. 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것 또한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표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남은 시간만큼은 인생을 조금 더 보람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필자 또래의 나이가 되면 이미 퇴직을 하고 집에서 쉬는 친구도 있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골 개울가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시절이 얼마 전 같은데, 어느새 우리는 퇴직을 이야기하고 중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쯤 되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건강이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
돈이나 명예보다 값진 것은 건강이다. 등산을 하거나 꾸준히 운동을 하며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 병들어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집안의 평안은 쉽게 깨진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건강은 결국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식들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다.
필자에게는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다.
큰딸은 이미 시집을 갔고, 아들은 아직 미혼이다. 두 아이 모두 제 밥벌이는 하는 나이가 되었고, 각자의 안식처인 집도 마련했다. 더 바랄 것은 많지 않다. 다만 아들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면 소망이다. 자식들이 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핵가족 시대에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의 정만은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이날의 가족 모임은 서로의 온기를 다시 확인하고, 우리가 여전히 하나의 가족임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따뜻한 여운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날들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꿈나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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