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얼마 전 이다.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충남의 한 관공서를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자회견장으로 걸어가는데, 모르는 한 여성분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내심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도 인사를 하지 않고 외면한 채 지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니 ‘아직 우리 사회가 살 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는 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만, 받는 사람 역시 마음이 따뜻해진다. 짧은 인사 한마디가 하루를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성격이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여성분의 인사를 받고 나도 마음을 바꾸었다. 이제부터는 길을 가다가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밝게 인사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사람이 있겠는가.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밝은 인사만큼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사람 사이의 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예절인 인사마저 하지 않는 세태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런 가운데 마음씨 곱고 인사성이 밝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한때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서 멀어진 듯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도 않았고 살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웃 간의 정은 지금보다 훨씬 두터웠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왔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다.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회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안타깝다. 현대사회는 물질문명과 첨단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훨씬 편리하고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정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자리를 시기와 질투, 치열한 경쟁이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직장 동료조차 서로 협력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일이 생겨도 진심으로 축하하기보다는 모른 척하거나 속으로 배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왜 우리 사회가 이처럼 삭막하고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해버렸는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콩 한쪽도 나눠 먹던 그 시절의 정이 너무나 그립다.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온기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람 사이의 신뢰와 정이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행복을 빼앗는 불행한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날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여성분에게 존경과 함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인사 한마디가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그 따뜻함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먼저 인사를 건네고 웃으며 안부를 묻는 작은 실천이 하나둘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인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짧은 한마디 속에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먼저 건넨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서로 주고받는 인사 속에서 사람의 온기가 다시 살아나고, 그 온기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간다면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도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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