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지난 토요일 오전, 필자는 증평인삼골축제장을 찾았다. 아침밥을 먹고 서둘러 증평으로 향했다. 가을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가는 길은 평소보다 차량이 붐볐다. 도로는 다소 혼잡했지만, 축제장을 찾아간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즐거웠다.
맑게 갠 하늘 아래 간간이 차창으로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해 주는 듯했다. 평소 도시의 탁한 공기만 마시다가 모처럼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니 몸까지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서도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누렇게 익어 가는 벼와 알이 차오르는 배추는 전형적인 농촌의 가을 풍경을 보여 주었다. 들판에서 무르익어 가는 곡식만 바라봐도 저절로 배가 부른 듯 흐뭇했다.
음악을 들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차는 축제장에 도착했다. 오전 시간이었지만 축제장은 음악 소리와 수많은 인파로 벌써부터 활기가 넘쳤다. 먼저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이미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만차였다. 주변을 몇 차례 맴돈 끝에 간신히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다른 사람이 먼저 주차할까 봐 서둘러 차를 댔다. 축제장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지만, 주차할 곳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럽고 마음이 놓였다.
가장 먼저 발길을 옮긴 곳은 농특산물 판매장이었다. 판매장에는 인삼을 비롯해 대추와 버섯, 밤, 고추 등 다양한 농산물이 전시돼 있었다. 진열된 농산물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품질이 좋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웠다.
인삼축제장답게 코끝을 자극하는 인삼튀김 냄새도 구수하게 풍겨 왔다. 냄새를 맡고 있자니 저절로 하나쯤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갓 튀겨 낸 인삼튀김을 사서 입에 넣었다. 한입 베어 무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여기에 꿀까지 찍어 먹으니 그 맛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삼 특유의 향과 튀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입맛을 사로잡았다.
증평인삼은 오랜 전통과 좋은 품질을 자랑하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판매장마다 인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6년근 인삼은 크기도 크고 뿌리가 굵고 튼실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잘 자란 인삼을 바라보니 그동안 농민들이 흘렸을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인삼 가격은 한 채에 3만 2천 원부터 6만 원까지 다양했다. 농민들이 기울인 수고와 정성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가격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형님도 한때 인삼농사를 지으셨다. 그때 필자도 가끔 일을 도와드리곤 했는데, 인삼농사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인삼은 심는 순간부터 수확의 결실을 보기까지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해마다 잡초를 제거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치는 것은 물론, 인삼밭의 해가림 시설이 낡거나 망가지면 다시 손봐야 한다. 그 밖에도 손이 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인삼 한 뿌리에는 농민들의 오랜 기다림과 땀, 그리고 정성이 담겨 있다. 농민들에게 인삼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키워 낸 소중한 결실일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런 노고를 알기에 인삼을 먹을 때마다 농민들의 수고를 잊지 않으려 한다. 눈앞에 놓인 인삼 한 뿌리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농특산물 판매장을 둘러본 뒤에는 품바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연장에는 벌써 많은 어르신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품바들이 장구와 북 장단에 맞춰 신명 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관람객들을 향해 너스레를 떨고 장난기 어린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장 곳곳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품바 공연은 잠시나마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해 주는 즐거운 시간인 듯했다. 흥겨운 장단과 익살스러운 입담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어느 축제장을 가더라도 품바 공연은 어르신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많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웃음을 선사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가끔 품바 공연을 관람하곤 한다. 공연을 보고 나면 마음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조금은 내려가는 듯하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이 든다. 때로는 보약을 한 사발 마신 것처럼 기운이 솟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품바 공연을 그토록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시간을 넘어,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축제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주차해 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 길,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인삼튀김을 맛보고 신명 나는 품바 공연까지 관람해서인지 몸에도 힘이 솟는 듯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마음껏 웃으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렇게 증평인삼골축제는 필자에게 잊지 못할 행복한 하루를 선물했다. 축제장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지만, 품바들의 흥겨운 노랫소리와 익살스러운 입담은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시간이 지나도 공연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날의 즐거움이 단순히 축제장에서 보고 들은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 들판의 풍요로움과 농민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이 어우러져 마음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을 햇살 아래 찾아간 증평인삼골축제. 그곳에서 맛본 인삼튀김의 고소함과 품바 공연의 신명 나는 웃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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