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필자와 38년 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의 생일이다. 올해는 딸이 평택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했다. 엄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며 자신들이 직접 음식을 차려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 부모님 생신이면 가족이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손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겠다는 딸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아침이 되자 딸네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아내는 전날 담근 김치와 밑반찬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통에 담느라 분주했다. 자식에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싼 보따리를 차에 싣고 딸네 집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한산해 차가 순조롭게 달렸다. 가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날씨도 선선해 전형적인 가을날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유난히 무덥고 후덥지근했다. 너무 더운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과연 가을이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제자리를 찾아왔다. 변함없이 찾아오는 가을을 보며 계절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달리다 보니 차는 어느덧 안성IC를 지나 딸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라 깨끗했고 주변 조경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집에서 가져간 보따리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딸네 집 층수를 눌렀다. 잠시 기다리자 금세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
손자가 달려와 덥석 품에 안겼다. 한동안 보지 못한 사이 부쩍 큰 모습이었다. 어느새 제법 의젓해진 손자를 보니 반갑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주방에서는 사위가 한창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전을 부치고 잡채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 맛있게 무치고 있었다.
사위는 평소에도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웬만한 가정주부보다 음식을 더 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위가 장모의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기다리고 있는 사이 음식이 하나둘 식탁 위에 차려졌다. 언제 그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는지, 한마디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한 생일상이 차려졌다.
손수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장모의 생일상을 근사하게 차려준 딸과 사위가 너무나 고마웠다. 가슴이 찡하고 울컥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그날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음식의 맛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딸과 사위가 보여준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었다. 비록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이지만, 올해 아내의 생일은 손자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가 할머니 생신이라며 손편지를 써온 것이다. 편지에는 용돈이라며 만 원짜리 지폐 한 장까지 정성스럽게 꽂아 놓았다.
어린 손자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했다. 아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 아내의 생일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행복과 웃음을 안겨준 하루였다. 손자의 귀여운 재롱과 딸과 사위가 정성껏 차려준 생일상 덕분에 가족의 따뜻한 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내의 생일을 계기로 온 가족이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다. 음식보다 더 값진 것은 가족의 마음이었고, 생일상보다 더 따뜻했던 것은 서로를 생각하는 정이었다.
딸아, 그리고 사위야.
정성껏 생일상을 차려주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네.
덕분에 엄마도, 아빠도 참 행복한 하루를 보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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