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실수를 하고, 뜻하지 않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필자 역시 세상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조차 거부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가 한 산악회에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임원 한 사람이 회원들에게 나누어 줄 물품을 구입하고는, 얼마에 구입했는지를 회원들에게 회계 보고한 적이 있었다. 회원들은 임원의 말을 믿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뒤, 그 물품을 실제 구입한 가격보다 부풀려 회원들에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회원들은 해당 임원의 잘못을 지적하며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며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보였다.
그는 “회원들을 위해 지금까지 봉사하고 고생했는데, 물품 구입 과정에서 생긴 차액 정도는 내가 임의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돈도 아니고 회원들의 공금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돌아보기는커녕 끝까지 자기 주장만을 고집했다.
공적인 돈과 사적인 돈을 구분하지 못한 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니 대화조차 쉽지 않았다. 마치 우기고 버티면 결국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의 잘못을 알고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면 자신이 무능하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두려워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을 알고도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코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필자는 운전을 하다가 실수를 하거나 말을 잘못했을 때에는 가능한 한 바로 상대방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려고 한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당당하게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스스로에게도 떳떳해지는 것을 느낀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함이며,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반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기 쉽다. 지나친 자존심과 오만함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그런 사람과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고, 마음을 열고 관계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솔직함과 정직함이다. 내가 먼저 닫힌 문을 열고 진심을 보여주어야 상대방도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올 수 있다.
실수를 했다면 거창한 말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이처럼 진심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상대방 역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사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수록 문제는 더욱 커지고, 사람들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 잘못을 숨기거나 우긴다고 해서 그 사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나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는 한 사람의 인간성을 더욱 높여주는 척도가 된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했느냐가 아니라,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있다.
혹시 오늘 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죄송합니다”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용기는 결국 나 자신을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시작도 바로 이런 작은 용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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