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일요일 오전, 괴산 농막에 가기 위해 채비를 서둘렀다. 집에 있는 화분 몇 개를 차에 실었다. 농막의 빈자리에 옮겨 심기 위해서였다.
괴산으로 차를 몰았다. 빗방울이 서너 방울씩 차창에 떨어졌다. 날은 흐렸지만 공기는 제법 시원했다. 이제 무더위도 한풀 꺾인 모양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계절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짙푸른 나무들이 보기 좋았다. 푸른 풍경은 시원함마저 안겨주었다. 증평을 지나면서부터는 도시와 확연히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콧끝을 스쳐가는 맑은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주고 몸까지 가볍게 해주는 것 같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도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차는 괴산읍내에 들어섰다. 읍내의 한 마트에 들러 농막에서 먹을 찬거리와 음료를 샀다. 평소 좋아하는 막걸리도 한 병 챙겼다. 장을 다 본 뒤 농막까지 15분 남짓한 길을 다시 달렸다.
농막에 가까워지자 빨갛게 익은 고추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괴산은 예로부터 고추를 비롯해 대학찰옥수수와 절임배추 등 품질 좋은 농산물로 이름난 고장이다.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정취를 간직한 괴산은 둘러볼 곳도 많다. 산막이옛길을 비롯해 성불산, 쌍곡계곡, 갈론구곡 등은 괴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해마다 많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긴다. 자연 그대로의 기암절벽과 푸른 숲, 넓게 펼쳐진 괴산호의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되는 곳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산막이옛길 인근의 농막에 도착했다. 올 때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흐뭇하게 한다. 비가 내린 뒤라서인지 나무들은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나무들을 바라보니 자연의 신비로움이 절로 느껴졌다.
산속에 농막이 있다 보니 멀리 면 소재지와 인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작게 보인다. 특히 운무가 끼는 날이면 주변 풍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아마도 그런 풍경 때문에 내가 농막을 자주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나갔다. 심어놓은 나무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부터 뽑았다. 한참 동안 잡초를 뽑고 나니 밭이 한결 깨끗해졌다. 하지만 잡초는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자라난다. 너무 빨리 자라는 잡초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잡초를 모두 뽑은 뒤에는 나무 전지를 하며 모양을 잡아주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지를 적당히 잘라주고 나면 나무가 한층 단정하고 예쁜 모습으로 변한다. 가지치기를 마친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해낸 일이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은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힘들게 일하며 흘린 땀은 ‘오늘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흐뭇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자연은 언제나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푸른 나무를 바라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흙을 만지는 동안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새 편안해졌다.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마음에 가득 담고, 작은 일이나마 내 손으로 농막을 가꾸었다는 보람까지 느낄 수 있었던 하루. 그렇게 괴산 농막에서 보낸 일요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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