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찰관의 직무유기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행위다.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라면 더욱 엄중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가족으로부터 실종신고를 접수하고도 경찰관이 실종자의 소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로 안전 여부를 확인한 것처럼 처리하고, 임의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종자는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가족들은 물론 사건을 접한 많은 국민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가족들의 재신고와 여론의 관심이 없었다면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욱 참담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실종사건 초기 대응에 보다 충실하게 나섰다면,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초기 대응의 문제와 허술한 사건관리, 안일한 판단이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경찰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과연 누구를 믿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가.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반복된다면 국민들 사이에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은 30대 여성과 60대 남성의 실종사건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종자의 소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가족에게는 실종자가 안전하며 가족과의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알린 뒤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애가 타 밤잠을 설치고,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가족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런 가족들에게 경찰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허위 내용을 전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면 그 충격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업무가 폭주하고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경찰관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실종사건을 어떤 이유로 임의로 종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지휘·보고 체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사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담당 경찰관이 사건을 종결했다면 그 내용이 상급자에게 보고됐는지, 보고됐다면 상급선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 수뇌부가 사과하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이 끝나서는 안 된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공분만 키울 뿐이다.
왜 경찰 시스템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 그리고 실종사건 대응체계 전반에 대한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에 대한 신뢰는 말 한마디의 사과로 회복되지 않는다. 뼈를 깎는 자성과 실질적인 개혁, 그리고 결과로 증명하는 경찰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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