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폭염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상추와 깻잎 등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마디로 ‘금상추’, ‘금깻잎’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평소보다 도매가격이 2.4~3.1배까지 폭등하면서 보쌈집이나 삼겹살 식당 등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점들은 치솟은 원가에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상추와 깻잎을 넉넉하게 내놓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비용 부담 때문에 쌈 채소를 소량만 제공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보쌈집에서는 상추나 깻잎을 손님이 추가로 요구할 경우 2,000원의 추가 비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채소 가격이 얼마나 올랐으면 이처럼까지 해야 하는지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채소를 이제는 마음껏 먹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평소 4㎏ 한 상자에 2만원 정도 하던 상추 가격이 한때 7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식당 주인들은 상추 가격이 비쌀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깻잎을 더 많이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깻잎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채소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식당 주인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일부 업주들은 가게 뒤편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상추를 직접 재배하며 원가 부담을 줄이려는 자구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어떤 식당에서는 상추와 깻잎 대신 양배추나 양파절임 등을 제공하며 치솟는 채소 가격에 대응하고 있다.
올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기후변화의 영향도 크게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이상기후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후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채소 가격이 요동치게 되면 식당 업주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시한 가격을 보면 이달 깻잎 100g의 소매가격은 2,842원으로 한 달 전 2,222원보다 28%나 올랐다. 쌈 채소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밑반찬에도 하나둘 가격표가 붙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던 샐러드도 추가로 주문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식당들이 이 같은 자구책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직장인들에게 한 끼 식사를 사 먹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추가 반찬 비용까지 내야 한다면 소비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식당 업주와 소비자 모두가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의 높은 물가는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불황에 더해 기후변화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불안은 단순히 한철 채소 가격이 오르는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서민들의 식탁 물가와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비롯한 생활물가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한다. 단기적인 가격 안정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비해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과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안정되지 않으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식당 업주들이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음식값이나 추가 비용을 올리고, 소비자들은 비싸진 외식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면 경기 회복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금의 물가 상황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누구나 부담 없이 상추 한 장, 깻잎 한 장을 더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밥상이 서민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과 서민 생활물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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