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어제 국회 본청 앞에서 세종·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와 전국의 시민단체가 결집해 행정수도 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날 결의대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해 한목소리로 행정수도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목놓아 외쳤다. 참석자들의 함성은 국회를 넘어 전국을 뒤흔들었다. 그만큼 행정수도 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바라는 충청도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석자들의 절박한 호소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도 아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국토 균형발전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행정수도 논의가 시작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행정수도 건설은 국가적 의제로 본격화됐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눈에 띄는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 때마다 행정수도 완성은 빠지지 않는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행정수도 완성은 정부 부처 몇 곳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일시적인 정책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 체계를 균형 있게 재편하는 중대한 국가 과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임기 내 대통령 세종집무실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김민석 당대표 역시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이루는 데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행정수도 완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 절차도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지난 5월 공청회 등을 거치며 법안 심사를 위한 절차가 진행됐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도 복수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상임위원회 병합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만 남겨둘 수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와 시민단체, 지역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지금이 행정수도 특별법을 처리할 적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해당 상임위원회와 국회는 세종시민과 충청도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더 이상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행정수도 특별법 처리를 또다시 뒤로 미룬다면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여야 지도부와 관련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은 행정수도 특별법을 우선순위에 놓고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정부 역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는 것이 순리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완성이 절실하다. 행정수도 완성은 결코 세종시만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충북·충남 등 충청권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광역적 성장 기반이자,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지방은 지금 인구소멸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한목소리로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인 행정수도 특별법 처리를 미룬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도권에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기업들도 지방 이전을 꺼리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어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세종이 살고, 충청권이 살며,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행정수도 특별법을 반드시 연내에 제정해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충청도민들의 절박한 외침에 응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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