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청렴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보여주기식 구호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충북도가 요즘 청렴주간을 맞아 ‘나부터 청렴’, ‘고위직 청렴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고위 공직자가 먼저 솔선수범해 반부패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취지만 놓고 보면 공직사회에 꼭 필요한 캠페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데 있다.
충북도는 최근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뇌물죄로 실형을 복역한 전력이 있는 인사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인사를 각각 2급 상당 전문임기제공무원으로 임명했다. 한쪽에서는 공직자들에게 청렴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대한 부패·비위 전력이 있는 인사를 고위직에 기용한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렴을 외치면서 정작 인사에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면, 과연 공직사회 구성원들에게 청렴을 말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청렴 캠페인은 본청 실·국장 중심에서 직속기관장과 출자·출연기관장으로까지 확대됐다. 청렴도 자가진단과 청렴교육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렴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인사가 그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청렴행정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물론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전과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공직사회에서 고위직을 임명할 때는 법적 자격만 따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도덕성과 공직자로서의 신뢰, 그리고 도민의 눈높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뇌물죄로 실형을 복역한 전력이 있는 인사를 도지사의 핵심 보좌진으로 기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채용과는 성격이 다르다. 핵심 보좌진은 도정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각종 정책과 행정, 나아가 인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신뢰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충북도는 문제의 인사를 임명한 배경으로 실용과 성과를 우선순위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겠다는 인사 자체를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능력 있는 인물이 대외협력이나 도정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력과 성과가 청렴과 윤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과거의 중대한 부패 전력도 눈감아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비쳐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일반 직원들에게는 청렴을 강조하면서 정작 도지사 주변의 핵심 인사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공무원들에게 ‘윗물이 맑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윗물에 대한 검증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면 청렴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청렴은 구호가 아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도 아니다. 고위 공직자의 청렴은 말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으로 증명된다.
부패 전력이 있는 인사를 핵심 보좌진으로 기용하면서 어떻게 공직사회에 청렴을 말할 수 있는가.
충북도가 이 질문에 도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청렴 캠페인은 청렴을 확산시키는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충북도의 이중적 잣대를 부각시키는 행사로 비칠 수 있다.
청렴을 말하려면 먼저 인사부터 청렴해야 한다.
충북도가 진정으로 청렴한 공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직원들에게 청렴을 주문하기에 앞서 고위직 인사에서부터 공정성과 도덕성, 국민과 도민의 눈높이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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