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6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약 1,113만 명으로, 2023년보다 약 1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정부도 노인복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도 적지 않다.
노년을 보내는 모습도 사람마다 다르다. 파크골프 같은 운동을 즐기거나 문화생활과 여행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홀로 집에 머물거나 동네 경로당을 찾아 또래 노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경로당은 오랫동안 동네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함께 식사를 하며 전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경로당의 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경로당을 찾는 이용자는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로당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경로당에서는 가입비와 회비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이 회비는 회원들에게 점심과 간식을 제공하는 등 경로당 운영에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 노인들은 회비에 비해 경로당 운영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한 도시 지역의 노인은 회비를 내는 것에 비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경로당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은 기존 회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로당 특유의 텃세 때문에 발길을 꺼리게 된다고 했다.
회비가 부담스럽고 기존 회원들의 텃세 때문에 경로당 출입을 꺼리게 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지만, 경로당만큼은 달라야 한다. 경로당이 지역 노인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
신입 회원들이 기존 회원들의 눈치를 보거나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일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이용자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로당에 다녔던 일부 노인들이 점심을 먹은 뒤에는 무인카페 등으로 발길을 돌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경로당도 과거처럼 이웃을 만나고 TV를 시청하며 식사를 하는 단순한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평생교육은 물론 스마트폰 활용, 디지털 기기 사용법 등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물론 노인복지관 등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가까운 동네 경로당에서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면 노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경로당 이용자가 줄어드는 데에는 텃세와 프로그램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로당은 단순히 쉬면서 TV를 보는 아날로그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만나고, 배우고, 운동하고, 일하고, 봉사하며 세대가 연결되는 디지털 생활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노인들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삶의 활력을 얻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경로당을 많이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인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설의 숫자를 늘리는 데 앞서 기존의 문턱과 잘못된 관행을 낮추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시대, 경로당의 역할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배우고 소통하며 활기찬 노년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경로당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맞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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