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지난 3일 공주시 금강신관공원 일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개막 첫날부터 인근 세종과 대전.청주 등 충청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축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인 만큼 올해도 수많은 인파가 행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축제의 화려한 시작과 달리 개막 첫날부터 안전과 주차, 교통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축제의 콘텐츠와 볼거리는 풍성했지만,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할 인파 관리와 교통·주차 대책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문제는 인파 안전이었다. 드론쇼와 불꽃쇼를 보기 위해 주무대 주변으로 관람객이 집중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이동 공간이 좁아 사람들끼리 몸이 부딪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압사 사고를 우려할 정도로 극심한 혼잡을 겪었다. 현장에서 안전요원의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개막식이었음에도 사전에 관람객의 이동 동선을 분리하고 밀집 구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축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으느냐보다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드론쇼와 불꽃쇼가 아무리 화려해도, 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고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에 놓인다면 그 화려함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관람객의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축제는 결코 성공적인 축제라고 할 수 없다.
주차 문제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주최 측이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정작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겪은 불편은 상당했다. 수십 분씩 주차장을 찾아 헤매거나 수㎞를 걸어서 행사장에 들어서야 하는 상황은 주차 대책이 관람객의 수요와 현장 여건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불편을 대규모 축제에서 으레 발생하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축제를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차 공간 확보와 차량 흐름 관리, 대중교통 연계 등 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관람객이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안전하게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고려하는 것이 주최 측의 기본적인 책무다.
인파 사고는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과 방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대책이 충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개막 첫날 나타난 혼잡과 관람객들의 불편은 주최 측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경고음에 가깝다.
축제의 성공 여부를 단순히 방문객 수나 행사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도 질서가 유지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모든 관람객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성공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안전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경고음이 울린 것이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현장을 점검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백제문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남은 축제 기간에는 개막 첫날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요원을 확충하고 관람객의 진출입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는 한편, 인파가 집중되는 구간은 실시간으로 인원을 파악해 혼잡도를 관리해야 한다. 차량 흐름도 세밀하게 통제하고, 안전 안내 문자 역시 혼잡이 심해진 뒤가 아니라 혼잡이 예상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발송할 필요가 있다.
축제의 주인공은 화려한 무대나 반짝이는 조명이 아니다. 드론쇼와 불꽃쇼도 마찬가지다. 축제장을 찾은 시민과 관람객이야말로 진정한 주인공이다. 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공연과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하더라도 축제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불로 번질 수 있듯,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발생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은 이미 늦다.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진정한 안전관리다.
백제문화제가 남은 기간 안전하게 치러져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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