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시인.수필가
영국이 낳은 세계적 문호(文豪) 셰익스피어는 끝맺음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고 했다. 유종의 미(有終의 美)란 우리말도 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은 더욱 중요하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수치이고 용두사미(龍頭蛇尾)는 더 큰 수치이다. 최후의 승리자가 진짜 승리자이다.
한 해가 또 지나간다. 어느덧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대단원(大團圓)의 막을 서서히 내리고 있다.
우리 지난날을 반성해 보자. 반성 없는 삶은 발전이 없다.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힐문하고 책망하자. 그래야 삶은 발전이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세 가지 물음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첫째, 나는 얼마나 성실(誠實)하게 살았는가. 둘째, 나는 얼마나 남과 비교(比較)하지 않는 삶을 살았는가. 셋째, 나는 얼마나 보람 있게 살았는가.
먼저 성실의 거울 앞에 서자.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최선을 다했는가. 만심(慢心)의 노예가 되어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는가. 남편의 전처소생을 이유 없이 미워하지는 않았는가. 로비(학연․지연․혈연 등의 빽, 금품,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의 노예가 되어 연공서열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근무평정을 하여 피평정자로부터 원성을 사지는 않았는가. 연세도 많으신데 승진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다니다 명퇴나 하시라고 하여 타인으로부터 미친놈이란 평가를 받지는 않았는가. 직원의 부인이 암이란 진단을 받고 입원했는데 그 직원에게 한마디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아 ‘자격 미달 관리자’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았는가.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려 하지는 않았는가. 작은 이해와 물욕에 눈이 어두워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지는 않았는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채 자리만 지켜 월급 도둑이란 평가를 받지는 않았는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에 충성하지 않고 상사에 충성한 일은 없었는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부패와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무시와 경멸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작은 조직이나마 이끌어야 될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따뜻한 가슴이 있었는가. 사촌이 땅을 샀다고 배가 아픈 적은 없었는가. 올챙이 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오만한 적은 없었는가. 자기에게 불리한 말은 직접 대놓고 한 말이 아니면 못 들었다고 하지는 않았는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가 등 자신의 모습을 성실의 거울에 비춰보고 양심에게 물어보자.
둘째로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 할수록 불행은 가속화되기 십상이다.
꽃과 나무는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고 저마다 특성을 드러내면서 조화를 이루고 산다. 비교는 시샘과 열등감을 낳아 불행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행복으로 가는 첩경(捷徑)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았는가를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자.
셋째로 나는 얼마나 보람 있게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보람은 가치 판단의 기준이요 행복의 산실이다. 허송세월에는 보람이 없다. 권태로운 생활과 방만한 생활에서도 보람을 찾기는 어렵다. 얼마나 보람 있게 살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전술한 세 가지 물음에 자답자성(自答自省)하면서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자.
마지막 달의 아름다움 속에 내면(內面)으로 젖어드는 아픔과 회한(悔恨)으로 얼룩진 아쉬움이 있을 게다. 이 아픔과 회한이 내년(來年)을 보낼 때는 없도록 하자. 고요한 어둠 속에서 스스로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전술(前述)한 바는 현명(賢明)한 인간(人間)이 가져야 할 송구(送舊)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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