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 시인.수필가
울창한 나무와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져 살기 좋은 숲속에 꾀꼬리와 뻐꾸기와 까마귀가 살았다. 이들은 매일 자기가 형이라고 우기면서 싸웠다. 어느 날 목소리 곱기로 소문난 꾀꼬리가 제안을 했다. 우리가 서로 형이라고 매일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셋이 노래를 불러 노래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형 노릇을 하자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노래 잘하는 뻐꾸기는 박수를 치며 찬성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까마귀는 노래를 워낙 못 불러 자신이 없었지만 둘이서 우겨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노래 시합을 하기로 약속했다. 노래의 심사는 이웃 마을 부엉이에게 맡기기로 하고 노래 시합은 내일 정오에 부엉이네 집에서 하기로 굳게 약속을 하고 셋은 헤어졌다.
까마귀는 자기 자신이 꾀꼬리와 뻐꾸기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낙심하며 집으로 가던 중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혼자 고민에 빠졌다. 마침 바위 위에는 저녁 시간을 즐기려는 개구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까마귀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고민을 접고 배고픈 김에 개구리를 배부르게 잡아먹었다. 그리고 잡은 개구리 세 마리를 입에 물고 내일 노래 심사를 해줄 부엉이네 집으로 갔다. 부엉이 아저씨, 제가 맛있는 개구리 요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저녁때인지라 배가 고팠던 부엉이는 아주 맛있게 개구리 세 마리를 먹었다. 배가 부른 부엉이는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까마귀야! 맛있게 잘 먹었구나. 그런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까마귀야! 네가 숲속에 살면서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에게 무슨 일이든지 말해 보아라. 내가 다 들어주마. 까마귀는 뛸 듯이 기쁜 마음을 감추고 오늘 꾀꼬리와 뻐꾸기하고 약속(約束)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다음 날 12시, 셋이 부엉이네 집에 모였다. 먼저 꾀꼬리가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부엉이는 꾀꼬리의 노래를 다 들은 후 점잖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꾀꼬리야! 참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음정, 박자 다 정확하게 잘 불렀는데 한 가지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좀 더 연습을 해야 되겠구나. 다음은 뻐꾸기가 노래를 불렀다. 뻐꾸기 역시 구성진 목소리를 한껏 뽐내며 노래를 아주 멋지게 불렀다. 노래를 들은 부엉이는 역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뻐꾹아! 너 역시 참으로 노래를 잘 불렀다. 그런데 왠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구나. 조금만 연습을 더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까마귀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부엉이는 시끄럽다는 듯 상을 찡그리며 노래를 다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까마귀야! 너는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못 부르느냐. 그런데 너는 노래 부르는 표정이 너무나 훌륭하구나. 그래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구나. 비록 노래는 못 불렀지만 효과(效果) 면에서 제일 높기 때문에 까마귀가 일등(一等)이다.
숲속 마을에서는 이날부터 꾀꼬리와 뻐꾸기를 제치고 까마귀가 형(兄)님이 되었다. 대장이 된 것이다.
세상살이는 참으로 묘하다. 바르고 정직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을 헤쳐 나가는 수단이 곧 까마귀의 지혜가 된 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다.
우리 사회는 법과 양심이 움직여야 하지만 로비(금품, 혈연·지연·학연 등의 빽,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저돌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고 그 다음은 누린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승진인사도 로비가 좌우하고 있다. 로비하여 승진했지만 로비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유부녀가 외도를 했을 경우 외도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판검사 등 전직 고위관료는 현관과 합작하여 전관예우라는 ‘허가 난 부패(?)’를 죄의식 없이 저지르고 있다. 결국 지위가 높은 것이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