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청 엄태성 기업지원팀장
1월인가 싶더니 벌써 2월 정월대보름을 넘어섰다. 최대명절인 설도 지났으니 당분간 큰돈이 들어갈 일은 없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여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에 알린 3.1절이 코앞이고 직장인의 지갑이 가장 얇아질 가정의 달은 두 달 뒤인 5월이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그것을 믿는 서민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2024년 갑진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직장인의 월급은 자기 손에 들어오기도 전에 미리 빠져나간다. 지갑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피 같은 돈이 지갑에 들어오기도 전에 세금으로 떼인다. 심지어 들어옴과 동시에 마이너스다. 비록 납세의 의무가 국민의 의무이긴 하나 직장인들은 대체로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떼이고 카드 대금까지 빠져나갔는데 다시 다음 달 카드 대금이 쌓여있다.
요즘 서넛이 점심을 먹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직장 밖에서보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급이 높든 낫든 체감경기에 민감하다. 정말 어쩌다 친구들에게 밥 산다고 자랑질이라도 하면 결국엔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그래도 공무원이 제일 편하고 자기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꼬박꼬박 탄다고 빈정거린다. 이럴 땐 화도 나지만 그러려니 하고 참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것도 사실이고 누가 더 세금을 많이 내는지 이야기해봤자 돌아오는 핀잔을 감당하기에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너무 저조하기 때문이다.
딸이 셋이다 보니 지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각종 생활비에 주택 임차료, 학비와 교통비, 경조사 금 등 그래도 피자와 치킨 떡볶이 시켜놓고 파티도 하고 가족 생일이라도 있는 달이면 신나게 삼겹살 외식도 하며 만족하게 살고 있다. 만족한다기보다 돈에 맞추어 그냥저냥 산다. 국가와 사회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 적극적으로 써먹는 중이다.
누구나 서글픈 일이 있을 때도 있고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 어둑어둑해지면 왠지 심란해지고 답답해질 때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무언가 콱 막힌 느낌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가족의 얼굴과 표정이 이 모든 것을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명절 다음날인 지난 13일 우리 딸 셋이 할머니와 겨울 여행을 떠났는데 라디오 방송을 탔다. 황정민의 뮤직쇼에 소개됐는데 내 동생이 라디오에 사연을 올렸고, 그날 바로 소개가 된 것이다. 벼르고 별러 세송이가 각자 모은 돈으로 강원도 여행을 간 것이다. 할머니가 키워서 그런지 유독 할머니를 따르고 좋아한다. 세송이 이름이 황정민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할머니와 아이들의 환한 모습도 라디오로 보내져 황정민 아나운서의 예쁜 말로 소개됐다.
지난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작년 근로소득세 수입은 59조 1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 7천억 원(3.0%)으로 10년간 2.7배 넘게 증가해 전체 세수(총 국세 344조 원)의 17.2%를 차지했다. 법인세(-23조 2천억 원), 양도소득세(-14조 7천억 원), 부가가치세(-7조 9천억 원), 교통에너지환경세(-3천억 원) 등 세수가 감소하는 와중에 근로소득세만 늘어났다. 5년간 근로자 임금이 17.6% 오를 때 근로소득세 부담은 70.6%나 증가한 것이다.
적어도 물가 오르는 만큼만이라도 월급 좀 올려주면 좋겠다. 그래야 아이들 치킨도 사주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친구들에게 밥도 한 번 사고. 뭐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가족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비록 지갑은 두툼하지 않아도‘돈이 없지 가오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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