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이천시장
최근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의 증가로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해 4~5일장을 치르는 유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장례식장을 다니면서 화장장 이용의 불편을 호소하는 많은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그분들의 고충을 맞닥뜨리며 시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최근 이천시에서 추진하려던 화장장이 추진 1개월 만에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결국 철회로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고, 누구나 화장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하지만 내 집 마당에는 안된다고 하니 세상 어디에 내 집 마당 아닌 곳이 있으랴 하는 막막함에 참으로 애?㉯?마음이 그지없다.
이천시 사망자 수가 2017년 1,169명에서 2021년 1,332명, 2022년 1,745명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 없이도 사망자가 늘어나는 경향인데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추세를 같이하여, 이천시 화장률은 2017년도에 83.3%이었으나 해마다 2~3%씩 증가하여 2022년에는 92.1%로 이제는 화장이 보편적인 장사방식으로 정착되었다.
또한, 국내 사망자 수는 2019년 29만5천명에서 2022년 37만3천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화장로에서 한 해 수습 가능한 시신은 34만 6,680구라고 하는데 통계청의 사망자 추계에 화장률(90%)을 대입하면 2028년엔 35만 1,000명의 화장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최소 4,320명의 시신이 화장할 곳이 없어 떠돌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화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화장장이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사망자 4명 중 1명은 4일장을 치렀으며, 서울 등 수도권은 2명 중 1명꼴로 4일장을 치렀다고 한다. 조만간 6~7일장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하니 죽어서도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유족들의 가슴이 얼마나 먹먹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이천시는 노인인구 비율이 16.9%에 이르는 고령도시이며, 그 중 노인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읍면동이 6개 지역으로 향후 몇 년 내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장례 수요가 급증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로, 현재 이천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화장장려금 지원이 결코 화장수요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미래를 대비한 큰 결단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천시민에게로 되돌아 올 것이다.
장사시설의 운영 및 공급 책임이 이천시장에게만 있다고 할 것도 아니며, 내 동네에 화장장이 유치되는 것이 아니니 우리는 찬성이라는 방관자적 자세도 지양해야 하겠다.
지역주민 모두가 내 일인 듯 함께 뜻을 모으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화장장이 비선호시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추진되고 있는 화장장은 무연·무취·무색의 친환경 시설과 스마트 화장로 등으로 그 기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 큐슈 오이타현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 장재장은 일본이 자랑하는 명품 화장장으로 매년 다수의 외국 건축가 등이 찾아오는 명소이다. 바깥 잔디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명상시설과 같은 내부에 들어서면 유가족들은 죽음과 이별을 차분히 고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러한 “바람의 언덕” 장재장은 건축과 환경이 조화를 이룬 우수한 디자인으로 평가를 받아 일본 “굿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은 건축물과 부지 전체가 한 송이의 꽃을 바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있으며,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추모공원 건축물 전체를 지하화했다. 또 향류형 화장로 방식을 채택해 매연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등 시민들의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화장장이 없어 강원도 태백시까지 원정 화장을 다녔던 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님비현상에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으로 어렵게 선정한 화장장 부지를 선정지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반대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은 이번까지이면 충분하다.
누구나 품위있게 살다가 품위있게 삶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우리의 소망인 것이다. 죽음이 탄생만큼이나 우리 삶의 중요한 과정이고 피할 수 없는 절차라면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화장장이 비선호시설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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