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 시인.수필가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은 세상에 회자되는 세 가지 거짓말 중 하나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보니 아무리 늙고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해도 정말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장수(長壽)에 대한 욕심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건강(健康)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엇보다 크게 자리하는 시대이다. 건강의 소중함이야 어떤 방식으로 얘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 건강을 잃은 사람 앞에 돈과 명예는 한낱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얘기는 앞으로 더욱 실감할 사실이다. 오디오, 비디오 할 것 없이 건강 정보가 넘쳐난다. 사람들은 수시로 건강을 점검하고 어디서나 중요한 화두로 삼는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이 오히려 주식인 밥의 의미보다 더 우위에 있는 상황이니 명실공히 주객전도(主客顚倒)이다.
물리적인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이미 입증된바, 이제 관건은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이다. 혹자는 장수가 오히려 재앙이라며 건강을 잃어버린 후의 긴 수명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역설한다. 경제력이 없는 상태, 자식으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인권의 상실 등 건강을 잃은 장수는 오히려 불행하다는 말은 진실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65세를 노인으로 구분하고 각종 혜택을 주고 우대를 한다. 겉보기엔 건장한 중년인데 노인이라며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여러 가지 복지 차원의 혜택을 누린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노인 나이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스스로 노인으로서 누리는 혜택을 거부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 회사의 손실을 생각해서 무료카드를 거절하고 자진해서 요금을 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노인 나이 상향은 무리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임엔 틀림없다. 연로한 노인의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 나 스스로도 해마다 조금씩 신체적 변화나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 것만 봐도 나이 듦이 주는 서글픔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사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어떻게 대처하고 꾸려 가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밸런스를 맞추고 사느냐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며 몫이지만 결국 건강하게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의견에는 이의가 없기에 우리는 돈과 명예보다는 결국 건강(健康)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스로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건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건강하고 진취적이고 활력이 있다고 한다.
무작정 과하게 수명에 욕심을 부릴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관하며 남은 인생을 내 버리듯 아무렇게나 살 일도 아니다. 신체적인 나이에 따라 몸을 보호하고 잘 관리하면 우리는 훨씬 행복하게 늘어난 수명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120살까지 수명이 늘어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결국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가 앞으로 남은 우리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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