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하는 금요일 오후, 세종시 전의에 있는 한 묘목 농원을 찾았다. 이곳은 내가 가끔씩 들르는 곳으로, 주변에도 여러 묘목 농원이 모여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 만한 나무나 꽃이 있는지 살펴보곤 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나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키우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던 사장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농원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나무들이 정갈하게 심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종류가 워낙 많아 내가 아는 이름은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꼬리표를 통해 하나씩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생소한 나무와 꽃들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많아진다. 전문가의 손길로 자란 나무들은 확실히 무언가 다른 기운을 품고 있는 듯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나무는 사계절 푸르름을 유지하는 소나무, 에메랄드 그린, 향나무 같은 종류다. 언제나 변함없이 푸른 모습에서 생동감과 함께 흔들림 없는 단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일나무 중에서는 단연 감나무를 좋아한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보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나고, 잘 익은 홍시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기분마저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농막에 감나무 묘목 몇 그루를 심어 두었다.
이번에 농원을 찾은 이유도 농막 주변에 심을 나무를 고르기 위해서였다. 둘러보다 보니 하나하나 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특히 관상용 황금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몇 그루를 사서 심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고사해버린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씁쓸해졌다. 단순히 심기만 하면 잘 자랄 줄 알았던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닫게 된다. 소나무는 의외로 까다로운 나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이후로는 유튜브를 보며 나무를 잘 키우는 방법과 전지법을 배우고 있다. 무엇이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농원을 둘러보던 중,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산홍이 눈에 들어왔다. 분홍빛 꽃이 피는 묘목 30주를 구입했다. 길을 걷다 보면 도로변이나 담장 옆에 심어진 연산홍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 화사한 색감과 은은한 향기는 사람의 기분까지 밝게 만든다.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내음은 상쾌함을 더해준다.
새싹이 돋고, 알록달록 꽃이 피어나는 봄은 내 마음을 풍성하게 만든다. 농막 주변의 허전한 공간에 연산홍을 심고 나면, 내년 봄에는 얼마나 화사한 풍경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나무를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행복했다. 내일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는 일이 비록 힘들지라도, 시간이 지나 아름답게 자라날 모습을 떠올리면 그 수고마저 기쁨으로 바뀐다. 휑하던 농막이 갈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나에게 이 농막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기쁨과 휴식, 그리고 작은 행복을 채워주는 힐링의 장소다. 오늘도 그 행복을 가득 안고 편안히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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