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사람마다 목소리는 모두 다르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왠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는 흔히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상대를 평가하곤 한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나도 저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 목소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분이 성우 배한성 씨다. 그의 목소리는 일반인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살짝 비음이 섞인 중후한 음색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가 더빙한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드라마 형사 콜롬보다. 지금도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콜롬보 형사가 연상된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목소리가 얼마나 강렬하게 사람의 뇌리에 각인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한때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도 빼놓을 수 없다. 방영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TV 앞에 모여 재잘거리다가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곤 했다. 이 작품의 내레이션을 맡았던 성우 송도순 씨는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작품의 재미를 더욱 살려 주었고, 이 작품을 계기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평생을 목소리 하나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다.
내가 아는 지인 가운데도 유난히 목소리가 고운 사람이 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솜사탕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것처럼 부드럽고 편안하다. 처음에는 타고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평소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적잖이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꾸준한 발성과 발음 연습을 통해 상황에 맞는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목소리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때 나는 좋은 목소리가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대개 상대를 평가할 때 외모나 말투를 먼저 본다고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에서 감성과 깊이가 느껴지면 왠지 그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고 가까워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
반대로 외모와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아 아쉬움을 느낀 적도 있다. 덩치가 크고 키도 훤칠한 지인 한 명은 의외로 목소리가 너무 가늘고 작다. 그를 볼 때면 왠지 무게감이나 신뢰감이 덜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아는 여성 가운데는 청순한 인상을 가졌지만 목소리가 거칠고 쇳소리가 섞여 들리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기대했던 이미지와 달라 조금 놀랐던 기억도 있다. 물론 사람의 가치를 목소리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그만큼 목소리가 첫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목소리는 타고나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꾸준한 발성과 발음 연습을 통해 지금보다 훨씬 듣기 좋은 목소리를 만들 수 있다. 발음이 또렷하고 밝은 목소리는 상대의 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말의 전달력 또한 높여 준다.
우리는 얼굴을 보지 않고도 목소리만 듣고 상대가 누구인지 금세 알아차릴 때가 많다. 그만큼 목소리에는 그 사람만의 개성과 삶의 흔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꼭 성우처럼 맑고 중후한 목소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개성이 담긴 편안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듣기 좋은 목소리는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처럼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가꾸어 본다면, 그것은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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