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맑고 화창했던 지난 화요일 오전, 괴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한산했고, 주변의 산들은 알록달록한 꽃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무숲의 푸르름은 보는 이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명한 날씨 덕분에 마음마저 가볍고 상쾌했다. 차창 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코끝을 시원하게 스쳤다. 도시의 탁한 공기 대신 모처럼 맑은 공기를 마시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여유롭게 차를 몰며 산과 들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군청에 도착했다. 하지만 어느 기관이나 마찬가지로 주차 공간은 늘 부족했다. 직원 차량과 민원인 차량으로 주차장은 붐볐고, 청사 안을 몇 바퀴 돈 끝에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누가 먼저 댈까 싶어 서둘러 주차를 했는데,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뻤다.
차를 세운 뒤 언론 담당 직원을 만나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바쁜 시간이어서 핵심만 전달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에 괴산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장날이라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활기가 넘쳤다. 상인들은 좌판 위에 과일과 옷, 가방, 생선, 화분 등을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골 장날 특유의 정겨움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장을 둘러보던 중, 맛있게 호떡을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 향기에 이끌려 방금 구워낸 호떡 하나를 사 먹었다. 너무 뜨거워 입으로 살살 불어가며 한입 베어 물었는데, 속의 설탕 시럽이 터지면서 옷에 튀고 입술까지 데이고 말았다.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 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지만, 그 맛만큼은 최고였다. 어린 시절 먹던 바로 그 옛날의 맛이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걷다가 우연히 지인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더욱 반가웠다. 지인은 여기까지 웬일이냐고 물었고,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장터를 구경 중이라고 했더니 점심을 함께 하자고 했다. 흔쾌히 응하고 우리는 장터 안의 한 순댓집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대기표를 받고 잠시 기다려야 했다. 10여 분쯤 지나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순대국밥을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국밥이 나왔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역시 맛집답게 국물은 진하고 고기는 부드러웠다. 차만 아니었더라면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곁들였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순대와 막걸리는 참 잘 어울리는 궁합인데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른 일정이 있어 지인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차를 몰고 괴산을 떠났다. 언제 보아도 산세가 아름답고 마음에 평안을 주는 곳, 괴산. 짧지만 따뜻한 추억을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길은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머릿속에는 시골 장터의 정겨운 풍경이 오래도록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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