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6·3 지방선거를 9일 앞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충청권을 찾았다. 대전과 공주를 잇는 이날의 행보는 단순한 지역 방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보수 진영이 어려운 국면에 놓인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여전히 건재한 정치적 상징성과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장면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대전으로 이동해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선거캠프를 찾았다. 캠프에는 이장우 후보를 비롯해 구청장·시의원 후보들, 언론인,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약 30분간 머물며 이 후보와 대화를 나눈 뒤 “시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대전 방문이 사실상 20년 만이라는 점 때문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그는 서울 신촌 유세 도중 커터칼 피습을 당한 뒤 병상에서 “대전은요?”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고, 이는 선거 판세를 뒤흔든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 역시 당시의 강한 정치적 존재감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공주 산성시장을 찾아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일부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고,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식지 않은 그의 정치적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히 특정 후보들과의 개인적 인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보수 진영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힘을 보태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국회 의석수 열세 속에 전국 선거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녹록지 않은 흐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는 보수층 결집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수 지지층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에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이번 지원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힘이 될 수 있다.
김태흠 후보 역시 “공주는 충청의 자존심이자 제2의 고향”이라며 “이번 선거는 중앙 정치가 아닌 지역 발전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충청 민심이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이 실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등장이 선거 막판 분위기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투표장으로 향하려는 보수층의 결집과 투표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선거는 결국 민심이 결정한다. 하지만 때로는 한 정치인의 존재감이 선거판 전체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20년 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가 그랬듯,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충청 방문 역시 막판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변수로 남게 될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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