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 본부장
주말인 일요일, 괴산의 농막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고향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친구는 내게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농막에 있다고 하자 "커피나 한잔 마시러 가겠다"고 말했다. 뜻밖의 연락에 무척 반가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부부가 농막에 도착했다. 아내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목련차를 내왔다. 평소 기관지와 비염에 좋다며 집에서 자주 끓여주는 차다. 풍광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은 산속 농막에서 마시는 차는 평소보다 더욱 향긋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아마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기쁨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이들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친구가 운영하는 산막이마을 식당으로 향했다. 친구가 하는 식당이지만 그동안 일 때문에 자주 찾지 못했던 곳이다. 휴일이라 식당은 등산을 마친 손님들로 가득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괴산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잠시 후 시원한 막걸리와 빈대떡, 묵무침, 두부김치가 차려졌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통막걸리는 일반 병막걸리와는 다른 깊은 맛이 있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인삼 향 덕분에 목넘김도 부드러웠고, 무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두부김치와 묵무침, 노릇노릇한 빈대떡도 정성이 가득 담긴 손맛이 느껴졌다.
음식과 술도 맛있었지만 무엇보다 친구를 만났다는 기쁨이 더 컸다. 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마에 새겨진 주름은 마치 인생의 훈장 같았고, 머리카락에는 어느새 흰빛이 스며들어 있었다. 흐르는 세월은 누구도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니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웃을 일이 많지 않았는데, 고향 친구와 격의 없이 나눈 대화는 큰 행복이 되었다. 이날은 아마 1년 동안 웃을 웃음을 하루에 모두 쏟아낸 것 같았다. 하하호호 웃다 보니 몸과 마음에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풀리고 진정한 힐링이 되었다.
이날 우리가 공통적으로 나눈 이야기는 결국 건강의 소중함이었다. 젊었을 때는 돈과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들어 아이들을 모두 장가·시집보내고 생활이 안정되고 나니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돈도 명예도 건강이 있어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친구들이 하나둘씩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정든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학교와 직장 때문에 도시로 떠났지만, 결국 마음이 향하는 곳은 고향인 모양이다. 고향은 언제 찾아도 정겹고 편안하다. 그리고 복잡한 삶의 근심과 걱정을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따뜻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친구와 헤어지면서 앞으로는 자주 만나기로 약속했다. 다음번에는 식당이 아니라 내 농막에서 부부 동반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한 이날의 시간은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우정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값진 하루였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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