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극한 호우가 지나간 자리, 내 작은 농막은 무사했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6.07.19 07:48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요 며칠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극한 호우’였다.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산비탈이 무너지는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재난재해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가와 주택 내부까지 물이 들어차 가재도구와 전자제품이 물에 잠기는 안타까운 피해도 이어졌다. 앞으로도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필자는 충북 괴산에 작은 농지와 농막을 하나 갖고 있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 탓에 주말이면 잠시 들러 밭에 심어놓은 나무와 참깨를 돌보는 것이 전부지만, 그곳은 단순한 농지가 아니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번 폭우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앞섰다. 혹시 밭이 쓸려 내려가지는 않았을까, 농막은 괜찮을까, 애써 심어놓은 나무와 참깨가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아내와 함께 세종에서 괴산 농막으로 향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금방이라도 다시 비가 쏟아질 듯했다. 증평을 지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차의 윈도브러시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차창 밖 풍경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일부 농경지는 물에 쓸려 내려간 흔적이 보였고, 곳곳에서는 수목이 쓰러진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워낙 많은 비가 내렸으니 피해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다행히 괴산에 가까워지자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하늘이 밝아졌다. 그 순간 마음 한편에 작은 안도감이 찾아왔다.

 

괴산 시내에서 농막까지는 약 30리 거리다. 도로 사정이 좋아 승용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 길이지만, 이날만큼은 그 짧은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농막으로 향하는 동안 마음속 걱정은 점점 커졌다.

 

‘밭이 무사할까.’
‘농막은 괜찮을까.’
‘참깨는 모두 쓰러지지 않았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특히 필자의 농막은 주변보다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오히려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농막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올해 새롭게 포장한 농로였다. 길 위에는 약간의 흙과 나뭇가지가 흩어져 있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예전 비포장길일 때는 흙이 쓸려 내려가 곤란을 겪기도 했는데, 올해 포장한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수로에는 많은 물이 흘러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애써 심어놓은 나무들은 큰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었고, 참깨 일부가 쓰러진 정도를 제외하면 걱정했던 것만큼 큰 피해는 없었다.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대부분 산 아래 자리한 밭이나 농막은 집중호우 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많은 비를 견디고 큰 문제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곳을 선택할 때 위치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삽을 들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빗물에 쓸려온 토사를 치우고 잡초를 뽑으며 농막 주변과 농작물을 살폈다. 날씨는 습하고 후텁지근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 땀이 흘렀고,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며 흐트러진 곳을 바로잡았다.

 

비록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의 큰 피해 상황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힘은 한없이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리 살피고 대비하는 노력은 분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장마와 집중호우에 대비해 농막과 주변 환경을 더욱 꼼꼼히 관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올 때와 달리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다음 주 다시 이곳을 찾으면, 비바람을 이겨낸 조경수들이 또 어떤 모습으로 자라 있을지 기대가 된다.

 

자연은 때로 큰 시련을 안겨주지만, 그 안에서 다시 일어서는 기쁨과 감사도 함께 선물한다. 이번 폭우 속에서 무사히 자리를 지켜준 작은 농막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 경충일보 & www.kcilbo.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인터뷰]안신일 세종시의회 의장
  • 세종시의회 안신일 의장
  • 한국기술교육대 고용서비스정책학과,    공무원·공공기관 합격자 대거 배출
  • 순천향대, AI 활용 취업지원 프로그램 ‘청취해’ 운영
  • 한국기술교육대 ‘깊이 영상 노이즈에 강한 사족보행 로봇 파쿠르 기술’ 개발 성공
  • 세종시장직 인수위, 시정 5기 비전·공약 체계 수립 본격화
  • 송인헌 괴산군수 “복합민원, 부서 간 협업으로 신속 처리해야”
  • [상식더하기] 자기소개만 잘해도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 괴산 산막이옛길 생태휴양단지 조성 ‘순항’…백두대간권 개발 탄력
  •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 “대중교통 효율화로 재정 부담 줄이고 편의 높인다”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극한 호우가 지나간 자리, 내 작은 농막은 무사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