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지금도 필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오프라 윈프리다. 그녀의 이름을 내건 '오프라 윈프리 쇼'는 단순한 토크쇼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 그리고 위로를 전해 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힘든 일이 있어 웃을 여유조차 없던 날에도 그녀의 재치 있는 말과 따뜻한 유머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출연자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어 주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우리나라 TV를 보면 예전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웃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인지 "볼 만한 TV 프로그램이 없어 차라리 유튜브를 본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상파 방송을 외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뉴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정치권의 갈등, 중동의 전쟁, 교통사고, 끔찍한 범죄 소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이런 소식도 필요한 뉴스이지만, 하루 종일 이런 이야기만 접하다 보면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하고 험하게만 느껴진다.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가면서 잠시라도 마음을 쉬게 해 줄 위로가 필요하다. 웃음과 희망, 감동을 전해 주는 프로그램이 줄어들수록 삶의 즐거움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과 고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면 물질문명이 발전했다고 해서 반드시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오프라 윈프리의 삶은 더욱 큰 감동을 준다. 그녀는 성공하기 전까지 극심한 가난 속에서 살아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시련과 상처를 겪었고, 행복보다 눈물의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거나 절망 속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삶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그 노력 끝에 진행하게 된 것이 바로 '오프라 윈프리 쇼'였다. 프로그램은 시작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미국을 대표하는 토크쇼로 자리 잡았다.
그녀의 성공 비결은 화려한 말솜씨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출연자들이 마치 자신의 집 거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긴장한 출연자에게는 따뜻한 미소와 공감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혹시 출연자가 말을 더듬거나 실수를 해도 결코 무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저도 실수를 많이 합니다."라며 자연스럽게 안심시켜 주었다. 상대가 다소 평범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끝까지 귀 기울여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반응을 보여 주었다. 사람을 존중하는 그녀의 태도는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아마 이것이 오프라 윈프리 쇼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최고의 스타가 되었음에도 교만하거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언제나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낮은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진정성을 느꼈다. 조금만 유명해져도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일부 스타들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방송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심어 주며,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도 있어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바로 그 따뜻한 공감의 힘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사람 냄새가 나는 프로그램, 세대와 계층을 넘어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방송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시청률 경쟁보다 사람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난다면 방송은 다시 국민들에게 쉼과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오래전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도 필자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화려한 진행 실력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했던 오프라 윈프리의 겸손과 인간미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방송은 결국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그녀는 몸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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