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충청지역에는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한밤중에도 식지 않는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에어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지만, 장시간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창문을 열어도 습하고 후텁지근한 바람만 밀려들 뿐 시원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예년에도 여름 더위는 있었지만, 지금의 폭염은 차원이 다르다.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기후변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단순히 "덥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더워서 못 살겠다"는 시민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은 사람뿐 아니라 산업과 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축산농가에서는 가축이 폐사하고, 양식장에서는 집단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온열질환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자 국민의 생명과 산업, 서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재난이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더위가 재난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산업의 급속한 발달과 공장,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매연은 결국 기후변화를 앞당겼고, 그 대가는 우리 모두가 치르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달라졌다면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아날로그식 폭염 대책으로는 35도를 훌쩍 넘나드는 극한의 더위를 감당하기 어렵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도로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살수차를 운영하고, 무더위쉼터와 그늘막을 확대 설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도심의 열섬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도로에 물을 뿌리는 것은 잠시 열기를 식히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폭염은 노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더욱 잔인하다. 바람 한 점 제대로 통하지 않는 쪽방촌 주민들, 홀몸노인,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는 건설현장 노동자와 농촌의 고령 농민들은 폭염의 최전선에서 아무런 보호막 없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에게 폭염은 불편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행정기관도 형식적인 방문과 보여주기식 점검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불편 없이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염 대응 전담(TF)팀을 상시 운영해 취약계층을 수시로 방문하고, 전화 안부 확인과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촘촘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발로 뛰는 행정만이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건설현장과 농촌에서도 낮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는 과감히 야외작업을 중단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농작물은 적기에 수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는 건강과 생명이다. 사람을 잃고 나면 어떤 성과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폭염은 이제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시민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지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예방 중심의 촘촘한 행정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발품 행정이야말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폭염은 더 이상 개인이 견뎌야 할 계절의 불편함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재난이다.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고 따뜻한 행정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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