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올여름, 아내와 딸, 아들, 사위, 그리고 사랑스러운 손주들과 함께 충남 안면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온 가족이 모두 함께 떠나는 휴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각자 일과 일정이 달라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적은 식구이지만 모두의 시간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휴가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바닷가 인근의 펜션에 여장을 풀자마자 시원한 바다 내음이 우리를 반겼다. 펜션에서 불과 100여 미터만 걸으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넓고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특히 밧개해수욕장은 가족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운 백사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 더없이 좋았고,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울창한 해송숲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한낮의 백사장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잠시만 서 있어도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땀을 흠뻑 흘린 뒤 해송이 빽빽하게 드리운 그늘에 앉으면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천연 바람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솔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갈 때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했다.
마침 바닷물이 빠져 해수욕은 하지 못했지만, 멀리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평온해졌다. 파도는 조용히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가기를 반복했고, 그 리듬에 맞춰 나의 마음속 피로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손주들과 함께 바닷가를 걸으며 조개를 줍고 작은 물고기를 잡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할아버지, 여기 물고기 있어요!"라며 손주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안면도의 여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저녁이 되자 펜션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삼겹살을 구웠다. 프라이팬에 굽는 것과는 달리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고소하고 식감도 좋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는 삼겹살은 집에서 먹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별미였다. 맛있는 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했기에 더욱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삼겹살이 익어갈 무렵 자연스럽게 소주병도 식탁 위에 올랐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아내와 아들, 딸, 사위와 함께 소주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고, 웃으며 덕담을 나누는 그 시간이 참 따뜻했다. 평소에는 큰일이 있거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자식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모두가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쁘더라도 자주 만나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손주들의 재잘거림과 자식들의 웃음소리를 한자리에서 듣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물질문명이 발달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사람 사이의 정은 예전 같지 않다. 가족이나 친척끼리도 왕래가 뜸해지고,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남처럼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이 메마르면 마음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세상이 변한 탓인지,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아온 탓인지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런 세상 속에서도 부모와 자식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웃고,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날 밤 펜션에서 흘러나오던 가족들의 웃음소리는 파도 소리와 함께 안면도의 밤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았다. 별이 총총 박힌 하늘은 마치 누군가 정성껏 수를 놓아 놓은 작품처럼 환상적이었다.
늘 일에 쫓기며 앞만 보고 살아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안면도의 바다를 바라보니 인생은 앞만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옆도 바라보고, 뒤도 돌아보며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남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조급함을 이번 휴가에서만큼은 모두 내려놓았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지나온 삶을 차분히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 것이 있다. 돈보다,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은 건강이라는 사실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는 말처럼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자산이다. 몸이 건강해야 웃을 수 있고, 행복도 누릴 수 있다. 이번 가족 여행 역시 내가 건강하게 걸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면도에서 보낸 며칠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건강의 가치를 되새기며, 삶의 여유를 배운 시간이었다. 집을 떠나 함께 웃고, 함께 걷고, 함께 먹으며 나눈 사랑은 우리 가족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자주 찾아오기를 바란다. 가족은 함께할 때 더욱 빛나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는 바로 그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이번 안면도 여행이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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