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올여름 휴가는 가족들과 함께 안면도 밧개해변에서 보냈다. 해변 가까이에 펜션을 잡고 2박 3일 동안 모처럼 일상의 모든 시름을 내려놓은 채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역시 바다가 있는 곳에 오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복잡했던 생각도 어느새 사라지고 머리까지 맑고 상쾌해졌다. 철썩철썩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더위마저 잠시 잊게 되는 것 같았다. 바다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낮에는 햇살이 너무 강해 해수욕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아 아침 일찍 손자들과 바닷물에 들어갔다. 물장구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놀다 보니 나도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손자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너무나 즐거워했다. 물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 잡아봐라!” 하고 나를 놀리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평소 도시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 학원을 오가며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그런 손자들이 드넓은 바다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며 해맑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니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와 학원에 지친 아이들이 바다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폭죽을 터뜨리며,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여유를 마음속에 담았으리라 생각한다.
한참을 놀다가 지치면 백사장을 나와 울창한 해송 아래에서 쉬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해송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스칠 때면 마치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도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코끝으로 스며들 때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바다와 숲, 바람과 맑은 공기가 어우러진 자연 속에 있으니 머릿속까지 깨끗하게 비워지는 듯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일에 치여 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휴가만큼은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바다에서 해수욕도 즐기고,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이 오랜만에 느껴보는 작은 희열이었다.
사람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상을 시작하려면 때로는 멈추어 쉬어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충전해야 새로운 힘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안면도 여행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꼭 필요한 재충전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특히 손자들이 가끔 말썽을 피우고 말을 듣지 않으며 청개구리처럼 행동할 때는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미운 짓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재롱을 떨며 웃게 만들면 신기하게도 조금 전의 미운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다. 손자들이 있어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여행의 즐거움도 배가된 것 같다.
모처럼 가족들과 바닷가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서로 부딪히며 웃고, 맛있는 해산물도 함께 먹으며 보낸 이번 여름휴가는 어느 해보다도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며칠 쉬었다가 돌아온 여행이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서로의 마음을 가까이 나눈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면도 바다에서 행복과 기쁨,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 가득 담아왔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아쉬웠지만 마음만큼은 한결 가벼웠다. 이번 여행에서 충전한 좋은 기운으로 다시 일상에 힘차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뒤 이번 여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안면도의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 해송 사이로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바닷가에서 해맑게 웃던 손자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 가족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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