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입추가 지났지만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여전히 강하고, 해수욕장과 계곡 등 전국의 주요 관광지는 막바지 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바다와 계곡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며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북적이는 인파와 소음에 지친 이들이 바닷가나 계곡 대신 산사를 찾아 조용히 자신만의 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강원도 인제 내설악에 자리한 백담사도 그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있다.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것을 넘어 정신적인 휴식과 재충전을 함께 얻으려는 새로운 피서문화의 한 단면이다.
사람들이 한여름에 백담사를 찾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른 피서지와 달리 이곳에서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서늘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에어컨 바람에 의존하지 않고 울창한 숲과 계곡이 만들어내는 자연 그대로의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백담사는 647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화재와 중건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이름과 터가 바뀌었으며, 조선 정조 때 지금의 백담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만해가 이곳에 머물며 《불교유신론》과 《님의 침묵》 등을 집필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백담사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백담사 계곡은 맑은 물이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고, 곳곳에 깊은 소와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사찰 앞에 서면 커다란 바위와 울창한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과 사찰이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그래서 백담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잠시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름 피서지로 꼽힌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참선과 명상, 스님과의 차담, 숲 명상, 연등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소비하는 휴가가 아니라 천천히 걷고, 차를 마시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휴가다.
한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매년 여름휴가 때 친구들과 바닷가를 찾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워 오히려 피곤했다”며 “올해는 사찰에서 명상과 체험을 하면서 조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와 오히려 더 지치고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유명 관광지에 몰리는 수많은 인파와 교통체증, 소음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휴가는 반드시 많이 보고, 많이 즐기고,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충분히 값진 휴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진정한 휴식은 무엇인가를 더 많이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의 피서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바다와 계곡에서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휴가에서 벗어나 숲과 산사에서 조용히 쉬며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백담사의 템플스테이는 그런 변화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오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명상하고 차를 마시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은 단순한 피서를 넘어 자신을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올여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즐기려 애쓰기보다 나만의 조용한 휴가지에서 잠시 멈춰보는 것은 어떨까.
일에서 벗어나 마음의 무게까지 내려놓는 시간.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
어쩌면 우리가 진짜 기다려온 휴가는 바로 그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템플스테이처럼 나만의 휴가지를 찾아 조용히 쉬고, 자연을 느끼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며칠간의 여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여름의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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