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세월은 참 빠르다. 대학 시절 미팅에서 아내를 만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함께한 세월이 36년이 흘렀다. 20대 청춘에 만나 몇 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그 시절에는 신혼의 달콤함 속에서 평생 행복만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자""는 약속은 우리의 인생 설계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결혼 생활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우여곡절이 많았고, 때로는 롤러코스터 같은 굴곡을 겪기도 했다. 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눌렀을 때, 서로를 감싸주고 위로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언성이 높아지며 다투는 일이 반복되었고, 일주일 넘게 냉랭한 분위기로 지낸 적도 있다. 그러나 부부싸움은 흔히들 말하듯 칼로 물 베기와 같았다. 싸웠다가도 화해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부부라는 생각이 든다.
일에 치이며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못했던 날들이 부지기수다.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이 너무 아쉽다. 자신을 뒤로하고 남편과 아이들,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아내가 이렇게까지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이제야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바가지를 긁으며 때로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한결같이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집안을 책임져준 사람. 남편으로서 내가 무엇을 더 해줬어야 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수고했어, 사랑해.""
이 단순한 말 한마디에 얼마나 행복해 할지 생각해 본다. 늙어서도 남편에게만큼은 여자로 기억되고 싶은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나의 아내다.
가정을 위해 희생해온 아내에게 에너지를 충전해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고맙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이제라도 표현해야겠다.
아내는 까다로운 남편 만나 고생 많았다. 그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남은 시간만큼은 더 따뜻하게, 더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함께한 세월을 진정한 사랑으로 채우겠다는 다짐을 오늘에야 새롭게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세월의 흐름에 아쉬워하지 않고, 매 순간을 아내와 함께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 부부의 지난날이 서로에게 배움이었듯, 앞으로의 시간은 서로에게 행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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