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밤사이 내린 눈이 온 세상을 덮어버렸다.
순백의 세상은 어쩐지 기분 좋고 마음이 설레게 했다. 괴산에 자리 잡은 내 작은 농막 주변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마치 설국을 연상케 했다. 눈부신 하얀 세상이 주는 차분함과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농막 앞을 지나쳐 산막이옛길로 향하니, 그곳도 흰 물감을 칠한 듯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마음속 찌든 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겨울의 맑고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며 나를 정화시켜주는 듯했다.
눈다운 눈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괜스레 마음이 들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고, 언덕에서 썰매를 타며 까르르 웃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시절엔 모든 것이 단순했고, 추운 겨울날조차 우리에게는 놀이의 무대였다.
농막에 서서 내려다본 칠성면 시가지도 눈 덮인 모습이었다. 자연드림 주변의 풍광도 흰 눈과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기에, 내 마음속 감탄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농막과 비닐하우스 지붕에도 눈이 많이 쌓였다. 눈의 무게가 꽤 묵직해 보여 그대로 두었다가는 하우스가 무너질 것 같았다.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내리며 하나씩 대비했다. 습설이라 그런지 치우는 데 손이 많이 갔지만, 몸을 움직이며 겨울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치운 후에는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이 잘 뭉쳐져서 눈사람을 만드는 손길이 참 즐거웠다. 몸통을 뭉치고 그 위에 머리를 얹은 후, 눈과 코, 입은 나뭇가지로 만들었다. 완성된 눈사람에게 목도리까지 감아주니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눈 내린 겨울 풍경은 도시의 복잡함과는 완전히 달랐다. 맑은 공기, 설산의 고요함은 내 마음속 잡념과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평온함이 이곳에 있었다.
괴산의 농막은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농막 안의 따뜻함은 마치 솜이불처럼 포근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 하루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겨울은 차갑지만, 그 속에 숨겨진 따스함과 여유로움은 내게 큰 위로와 행복을 준다. 오늘처럼 눈 내린 날의 기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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